서비스업에서 직원이 떠나는 이유

“사장님, 저기....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by Roy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맞게 다시 정리한 기록입니다.

사실과 경험은 같지만, 생각의 흐름은 조금 다르게 담아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Roy 입니다.

제목은 꽤 거창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정답은 잘 모르겠습니다.

.....와하하하!!
다만, 이 일을 오래 해오며 계속해서 곱씹게 되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왜 직원들은 떠날까, 그리고 왜 어떤 곳에는 남고 싶어질까.

바텐더로 일한 지 어느덧 20년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중 약 12년은 직원으로, 8년은 업장을 운영하는 오너로 지냈습니다.
덕분에 저는 늘 두 시선 사이에 서 있습니다.
고용주의 입장과, 직원의 입장.


왜 서비스직에서는 사람이 더 쉽게 떠나는가


서비스업의 가장 큰 특징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 상품을 다룬다는 점입니다.
고객이 직원에게 구매하는 것은 술이나 음식 그 자체가 아니라, 분위기, 응대, 감정, 그리고 경험입니다.

문제는 이 노동이 수치로 측정되지 않고, 그 결과가 개인에게 귀속되지 않으며, 잘해도 당연한 것으로 소비된다는 점입니다.


노력이 남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서비스직에서는 종종 이런 말이 따라옵니다.

“원래 서비스직은 감정 노동 직업이야.”
이 말은 업무의 일부여야 할 감정 노동을 개인의 성향이나 인내심 문제로 바꿔버립니다.
숙달된 직원이라면 어느 정도 무뎌져서 버틸 수 있겠지만, 신입 직원의 경우에는
일을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태도와 인격을 평가받고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스트레스는 급격히 쌓입니다.


그리고 서비스업에서는 인원이 부족해지는 순간, 시스템이 바로 흔들립니다.
직원 한 명이 담당해야 할 일은 늘어나고, 인당 책임져야 할 고객 수는 더 많아집니다.
그에 따라 실수의 가능성은 커지고, 실수가 가져오는 책임과 여파는 훨씬 무거워집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직은 떠나는 이유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대체로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이직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비교적 적고,
앞선 문제들을 겪고 나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그래서 모든 직장 생활에 해당 되겠지만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말없이 떠나는 쪽을 선택합니다.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말해도 바뀌지 않을 거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결국, 서비스직에서 사람이 떠나는 이유는 육체적으로 힘들어서라기보다,
자기 자신이 소모되고 있다는 감정이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쌓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바텐더뿐 아니라, 직원을 고용해 업장을 운영하는 모든 분들과 이 고민을 나누기 위해 적어봅니다.


좋은 직원을 찾기 전에, 업장은 무엇을 줄 수 있는가

성실하고, 일머리 있고,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직원.
모든 업주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업장은 직원에게 어떤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가.


비전, 성장, 안정.
말로는 쉽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업장의 매출이 불안정하면 장기적인 계획을 말하기 어렵고, 매출이 일정하지 않으면 급여와 복지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도 힘듭니다.


운영에 쫓기다 보면 직원 관리에 소홀해지기 쉽고, 어렵게 채용한 일 잘하는 직원이 일이 익숙해질 즈음,
조심스레 면담을 요청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아무리 많이 겪어도, 이 말 앞에서는 늘 마음이 내려앉습니다.

사람마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반복해서 마주한 이유들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느낄 때

자신의 성장을 위해 새로운 환경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기대했던 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클 때

결국 문제는 ‘이 업장에서 내가 더 나아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그래서 저는 단순히 “급여와 복지를 더 줘야 한다”는 말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직원이 맡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그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환경입니다.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순간, 사람은 떠난다

어떤 직원이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습니다.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하게 만드는 환경, 혹은 앞으로의 발전이 보이지 않는 구조 속에서는 가장 먼저 ‘퇴사’라는 선택지를 떠올리게 됩니다.

물론, 이는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현실에서는 동료 간의 불협화음, 과도한 노동 강도, 인력 부족 같은 문제들이 겹치며 작은 균열이 쌓이게 됩니다.


그래서 고용주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태도는 “왜 그만두려고 할까”를 묻기 전에, “지금 이 사람이 일하기 어려운 지점은 무엇일까”를 살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사소통은 충분했는지, 불만이나 피로가 쌓이고 있지는 않은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이런 고민을 함께 하려는 태도만으로도 불필요한 이직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말하지 않는 실망들

직원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상급자가 반복적으로 도덕적으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때, 사적인 문제로 신뢰를 무너뜨릴 때, 근태가 흐려지고 스스로 발전을 멈춘 모습을 보일 때. 그들은 대부분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조용히, 신뢰를 거둬갑니다. 그리고 그 신뢰는 다시 쌓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직원을 성장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줘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 저는 점점 단순한 답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나부터 멈추지 않는 것.

업장을 책임지는 사람이 계속해서 배우고, 연구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일 때, 그 자체가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됩니다.

직원들이 “이 사람 옆에서 일하면 나도 성장할 수 있겠다” 라고 느끼는 순간, 단기적인 급여보다 더 오래 남아 있게 만드는 동기가 생깁니다.

자신이 소속된 업장에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것. 그 감정은 숫자로 환산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오래 남습니다.

최근에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를 보면서 출연자들의 요리 실력에 감탄하게 되지만, 그보다 먼저 드는 생각은 이것입니다.

"저 경지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버텨야 할 순간들을 감내했을까."

그 장면들을 보며, 저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업장이 조금 잘 돌아가기 시작하면, 더 큰 비즈니스를 꿈꾸며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에서 자꾸 시선을 떼고 있지는 않았는지. 지금 이 업장에서,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여전히 배우는 사람으로 서 있는지, 아니면 이미 다음 장면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직원에게 성장을 말하기 전에, 그 앞에 서 있는 내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먼저 묻게 됩니다.


보내야 할 사람도 있다

제 경험상, 일에 대한 책임감 없이 늘 불만만 이야기하고 작은 금전적 차이에도 쉽게 이직을 고민하는 경우라면 그 관계는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결단이 비교적 빠른 편입니다.
서로가 감당해야 할 피로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두 번째 경우입니다.
근무에 있어 큰 결격 사유는 없지만, 나와 다른 직원들이 바라보는 방향과는 점점 멀어져 있는 사람.

쉽게 말해, 목표의식이 희미한 직원입니다.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어진 업무는 무난하게 해냅니다. 하지만 늘 수동적인 태도로 움직이고,
지정된 업무 외에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공부하거나 스스로를 밀어붙이려는 노력이 거의 없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조금만 설득하고 아해시키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제 경험상, 이 경우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성향과 태도의 문제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으로 바뀌기를 기대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더 아쉬운 점은, 처음부터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면접 당시에는 분명 열정이 있었고, 그 열정을 믿고 함께 일하기로 결정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환경에 익숙해지고, 굳이 더 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 속에서 그 열정은 서서히 식어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 직원이 그렇게 머물러도 괜찮은 환경을 만든 운영자의 책임 역시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보면, 이런 경우의 직원들은 처음부터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도 큽니다.
환경이 그것을 더 선명하게 드러냈을 뿐입니다.

저는 업무 능력이 뛰어난 직원과 오랜 시간 함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업무 효율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직원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 또한 사업주에게는 필요한 결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남기는 선택만큼이나, 보내는 선택에도 책임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이 오래 일하고 싶게 만드는 조건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 이곳에서 내가 나아지고 있다는 감각

앞에서도 언급했지만,저 역시 직원으로 일하던 시절을 돌아보면 열정이 있던 직원들이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육체적인 노동보다는‘내가 정체되어 있다’는 감각이었습니다.

더 이상 배우는 게 없다고 느낄 때, 지금 하는 일이 반복 노동처럼 느껴질 때, 내가 쓰고 있는 시간이 쌓이고 있다는 확신이 없을 때


특히, 이곳에서의 노동을 급여가 아니라 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이건 시간 낭비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마음은 이미 떠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선택의 밑바탕에도 이미 성장이 멈췄다는 감각이 깔려 있었습니다.


2. 직무가 명확하고, 역할이 존중받는 환경

오래 남는 직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알고 있고 내가 맡은 역할이 업장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하고 있으며 그 역할이 가볍게 취급되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반대로, 운영자의 태도 속에서 “자신은 누구라도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순간, 마음은 조금씩 멀어졌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사람은 일의 강도보다, 자신의 역할이 어떻게 취급되는지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3. 말하지 않아도 지켜보고 있다는 신뢰

관리자가 내 상태를 알고 있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고민할 의지가 있는지.

사실 이 부분은 제가 그동안 많은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가장 소홀히 했던 지점이기도 합니다.

늘 바쁘다는 이유로, “나는 관리자니까 할 일이 많다”라는 말로 이해를 요구했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말은 설득이 아니라 회피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보고 있고, 외면하지 않는다는 신호만으로도 사람은 버텨볼 이유를 찾습니다.


이 글을 쓰며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됩니다.
직원을 오래 붙잡는 방법에는 정답도, 공식도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사람은 급여 때문에 남기보다 자신의 시간이 존중받고, 쌓이고 있다고 느낄 때, 비로소 오래 머문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감각은 제도나 복지, 말에서 시작되기보다 결국 운영자의 태도에서 만들어집니다.

사람을 남긴다는 것은 잘해주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함께 있는 동안 서로의 시간을 가볍게 쓰지 않겠다는 선택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그 선택에 대해 정리한 저 나름의 기록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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