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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y Jan 28. 2021

우리가 이직을 결정하기 전에 생각해봐야 할 점.

바텐더.

우리나라에 현재 칵테일 바가 차고 넘치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 업계는 이직이 쉽기도 하고 한 업장에서 짧게 몇 개월 몇 년을 경험해보고는 다른 바로 이직을 하거나 아예 다른 직업으로 진로를 변경하는 일도 많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바텐더로써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많은 업장을 경험을 해보았는데, 이직을 할 때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마 '미래에 대한 목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위해 현재 자신이 속해 있는 업장에서 얼마만큼 배울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이곳에서 더 이상 배울 점이 없다던가, 아니면 다른 곳에서 더 배워보고 싶기 때문에 이직을 하는 것이겠죠?


 저는 이 직업을 시작하고 경력 10년 차부터 자신만의 업장을 갖는 것을 목표로 세웠었는데 10년 차 전까지는 저의 업장을 세우는 것이 목표가 아닌 '내가 업계의 최고가 되겠다'라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2년 차부터 그 목표가 희미해져가더군요. 월 급여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냥저냥 먹고 살만했습니다. 일상이 먹고 살 만해지니 이 생활에 제가 자연스럽게 적응해가더군요. 바텐더를 하다 보면 바 안에 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의 연예인이 된 것처럼 아주 겉멋이 잔뜩 들어있었습니다.


음료와 주류에 관련된 공부는 정말 아예 하지 않았고 어깨너머로 다른 바텐더들의 쉐이킹 자세나 바텐딩의 겉모습에만 관심이 있었죠하하... 그러고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소주를 마시고 해 뜰 때쯤 술 담배에 쩔어 귀가하면서 하루하루 그렇게 낭비해나갔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니 나이가 벌써 20대 후반에 접어들어 있더군요. 그리고 지나온 세월을 뒤돌아보니 해놓은 것도 아는 것도 없고 모아놓은 돈도 없는, 업계의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까맣게 잊어버린 겉멋에 잔뜩 취해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직업을 하고 있나....라고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니, 이 바텐더라는 직업이 좋아서 시작했던 일이 언젠가부터는 생계 때문에 그리고 할 줄 아는 것이 딱히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 일이 되어있더군요.

참으로 불행한 삶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크게 깨달았던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거의 4-5년의 세월을 허비하면서 살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28살 무렵에 당시에 청담동... 그러니까 현재 제가 운영하는 업장 옆 건물에 'Coffee Bar K' 라는 바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 당시의 퀄리티를 따라갈 수 있는바는 우리나라에 현재 아직 없다.라고 생각할 만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부터 격식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일본 본토 바텐더까지 뭐하나 빠지는 곳이 없었는데. 우물 안에 개구리였던 저는 의자를 빼주는 체어 서비스와 따뜻한 물수건을 건네받고는 뭔가 굉장히 신기하면서도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화장실 갔다 올 때마다 자꾸 해주니 화장실도 못 가겠더군요)


그곳에서 애플 마티니와 모히토를 마시고 머리를 한대 맞은듯한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정말 너무 맛있었고 이 맛은 아직도 평생 잊을 수 없는 맛입니다. (사실 영수증을 보고 더 충격받았습니다)


당시에 이태원 클럽에서 겉멋으로 제가 만드는 칵테일과는 비교할 수 없는 퀄리티였으니까요. "아... 이런 것이 진짜 바텐더구나.."라고 크게 깨닫고 저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곤 28살부터 삶의 목표를 다시 세우기 시작했었는데 내가 과연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음료에 대한 공부를 처음부터 시작했고 여전히 지금도 목표를 향해 진행 중입니다.

그때는 뭐부터 시작해야 되는지 몰라서 무작정 위스키에 관련된 서적을 사서 읽으면서 휴무날에는 칵테일 바에 다니면서 여러 가지 칵테일을 마셔보면서 바텐더분들께 이건 왜 이렇게 만드는 거냐, 이 칵테일에는 왜 이 종류의 버무스를 쓰는 거냐 등등 많은 질문들을 하면서 혼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점차 성장하였는데,


저는 당시에 가르쳐주던 사수가 없어서 혼자서 배워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더군요. 그래서 바텐더 선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업장의 오너나 선배들에게 배우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어느 업장을 들어가서 일을 하든 안 좋은 점이든 좋은 점이든 반드시 배울 점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좋은 점들만을 받아들여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되죠,


앞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바텐더라는 직업군은 뛰어들 수 있는 문턱이 낮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직률도 높고 직업의 난이도를 다소 쉽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같이 일하는 직원이 퇴사의 의사를 밝히면 어째서 그만두는 건지 제가 그 직원에 대해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충분히 만들어주었는지, 곰곰이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미래에 대한 비전은 본인이 계획하고, 업장의 선임이나 오너는 계획한 비전에 대해서 도움을 주는 역할로써,바텐딩에 대한 스킬이나 서비스 호스피탈리티 등은 업장에서 배울 수 있지만 주류에 대한 지식은 본인이 스스로 알아서 공부해야 합니다.


가끔씩 직장을 학교와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직장은 어디까지나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는 곳이기 때문에 업무에 필요한 것들은 직장에서 가르쳐주지만 그 외의 것들은 본인이 알아서 공부해오고 연습해와야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아무 노력도 공부도 하지 않고 직장에서 알려주는 것만 하려고 하는 바텐더들을 많이 보았는데 직장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친절하게 교육 시켜주는 학교가 아닙니다.

돈을 내고 다니는 곳이 아니라 돈을 받고 다니는 곳입니다.


'더 이상 이곳에서 배울 점이 없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 이 두 가지 생각이 들 때 이직을 결정하는데, 더 이상 배울 점이 없다고 판단하기 전에 자신이 속한 직장에서 근무는 성실하게 했는지 그리고 얼마만큼의 노력을 했는지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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