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붐 키키 Aug 04. 2023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

<한 외로움이 다른 외로움에게>

언제 외로움을 느껴요?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읽고 난 후, 물었다.


- 이 세상에 아이와 나만 깨어 있는 것 같던 어느 새벽.

- 유모차를 끌며 동네 산책을 나섰는데, 그제야 알아차렸던 이 세상의 많은 턱들. 마치 '당신은 들어 올 곳이 아니에요. ' 말하는 것 같던 두 칸짜리 계단이 있던 가게들.

- 어디론가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속에서 느꼈던  고립감.

- 나와 똑같은 마음으로 나를 좋아하는지 가늠할 수 없던 친구와의 관계.


도무지 섞여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 경계선을 느낄 때 외로움은 더욱 깊어진다.


그림책 속 앙리 할아버지는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있지만, 그 누구도 앙리 할아버지가 그곳에 존재한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다. 할아버지는 그저 버스정류장의 의자, 주변의 나무와 같은 풍경으로 존재할 뿐이다.

할아버지를 처음으로 알아봐 준 것은 가족을 잃어버린 코끼리이다.


'누군가'를 알아본다는 것은 그리고 기꺼이 돕는다는 것은 '누군가'와 같은 시간을 겪어 보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나의 아저씨> 속 동훈이 지안의 고독을 알아보았듯이. 섣부른 동정이나 훈계대신 그저 어두운 밤길을 함께 걸어 준 것처럼.


2 주에 한 번, 나눠 먹을 간식을 고이 싸들고 모여 앉아 그림책을 읽고 속마음을 터 놓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나는 것처럼.


외로움은 나를 알아채준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옅어진다.

<한 외로움이 다른 외로움에게>는 그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의 이전글 여름 안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