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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나라 Aug 01. 2024

인스타 릴스 중독이 요리하는 방법

3. 간단 김밥

나는 방구석 릴스 중독이다.

속된 말로 릴스 충..!

릴스, 쇼츠는 요즘 MZ세대들의 필수 시청 목록 중 하나이다.


릴스나 쇼츠는 같은 성질을 갖고 있다.

릴스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쇼츠는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는 것. 그것만 다를 뿐이다.



릴스와 쇼츠의 공통점은 짧다. 

거의 1분 이내의 영상이다. 대신 짧고 강력하다.

무수한 sns가 많이 생겨나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추구한다.


그리고 또 다른 공통점은 손가락으로 한번 쓱 스크롤을 내려보면 다음 새로운 영상, 또 다음 영상이 끊임없이 재생된다... 이렇듯 sns는 나의 생각을 간파해 계속 알고리즘을 통해 내게 새로운 자극을 대령한다.


이날도 어김없이 아침에 눈뜨자마자 침대 밖으로 나가기 싫어 하염없이 릴스를 넘기고 있다 발견한 한 영상!









간단 김밥?


소름이 돋았다. 인스타그램에서 요리 피드나 영상을 찾아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이제는 인스타그램이 요리를 하려고 결심한 내 마음속까지 간파하나 보다.


이 영상 속 김밥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김밥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아주 간단한...

나는 집에 갖고 있는 요리를 위한 재료가 몇 가지 없었다.


내가 현재 갖고 있는 재료만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없을까? 하며 잠시 고민하던 찰나였는데 이런 영상이 내 눈앞에 던져졌다. 1분 안에 빠르게 레시피를 설명해 주는 영상이라 몇 번을 다시 보며 레시피를 익혔는지 모른다.


그래서 여러 번 영상을 반복 재생하다가 주저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 만들기 시작했다.

분명 잘 따라만 하면 내가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우선 간단 김밥 레시피

(지나가며 본 릴스라서 출처가 기억나지 않고, 그 영상을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ㅠㅠ 하지만, 내게 요리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준 이 릴스 제작자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재료 준비 : 배추김치, 참치 캔 1개, 계란 4개, 밥, 고추장, 소금, 설탕, 식용유, 참기름, 사각형 반찬 통

 

* 우선 김밥에 들어갈 재료는 배추김치와 참치 그리고 달걀지단이다.

1. 배추김치를 아주 잘게 잘라준다.

2.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한번 두르고 열이 오를 때까지 기다린다.

2-1. 잘게 자른 김치들을 열이 오른 프라이팬에 올려 볶아준다. 이때 설탕을 조금 눈대중으로 넣은 후 볶는다.

2-2. 마지막으로 볶음 김치가 완성되고 나면 불을 끄고 참기름을 한번 둘러준다.

3. 달걀을 볼에 4개 깨뜨린다.

3-1. 소금을 눈대중으로 몇 꼬집 넣어준다.

3-2. 달걀 알근을 풀어 소금과 잘 섞어준다.

3-3.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한번 두르고 잘 섞인 계란물을 붓고 앞뒤로 잘 구워준다.

(*여기서 포인트는 계란 지단의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잘 굽는다)

4. 참치캔에 기름을 빼준다.

4-1. 참치 위에 고추장과 설탕 그리고 참기름을 눈대중으로 넣고 잘 섞어준다. 

(*여기서 고추장 비율이 가장 많아야 한다.)

5. 이제 모른 재료가 완성되었다. 사각형 통을 준비한다.

6. 통의 바닥에 참기름을 발라준다.

6-1. 밥을 1단 깔아준다.

6-2. 그다음 참치, 달걀지단, 볶음 김치를 순서로 올려준다.

6-3. 마지막으로 그 위에 밥을 덮어준다.

7. 큰 접시를 꺼내어 반찬 통에 발랐던 양만큼 참기름을 골고루 펼쳐서 발라준다.

8. 통 안에 들어있던 밥을 접시에 뒤집어 담는다.

9. 한입 크기로 먹기 좋게 칼로 자른다.

완성!!


(레시피에 색깔로 표시해 둔 부분은 내가 변형한 레시피이다)


레시피가 글로 정리하니 꽤 많이 길어 보인다.

하지만, 똥손에 요리경력 무.... 인 내가 해냈으니 그만큼 말만 길지 아주 쉽다는 뜻이다.




우선 나는 설거지를 줄이기 위해서 김치를 바로 프라이팬 위에서 잘라서 프라이팬에 투하시켰다.


여기서 하나 고백할 게 있다.

나는 가위질에 서툴다.

어릴 때부터 가위질을 잘하지 못했다.

집중해서 잘라도 늘 내 종이는 삐뚤빼뚤했다.


어른이 되어도 가위질을 늘지 않았다.

하지만, 김치 가위질은 과감하게 한다.


볶음김치가 되면 크기가 줄어들어 예쁘게 잘렸는지, 못생기게 잘렸는지 알 게 뭐야!

그리고 어차피 입에 들어갈 거 뭐 맛만 있으면 되지 까짓 거!!!


그리고 설탕을 대충 솔솔 뿌려주었다.

계량해서 완벽하게 하고 싶지만, 감이 슥슥 해내는 요리가 더 짜릿하다.


그리고 이런 건, 중간중간 볶으며 맛을 보고 부족한 것을 추가하는 편이 계량하는 것보다 더 빠르다.






다음으로 완성된 계란물을 열이 오른 프라이팬에 올렸다.



사실, 나는 달걀지단을 처음 만들어 보았다.

그래서 많이 떨렸다.


계란 프라이도 제대로 못 뒤집어서 늘 스크램블 에그만을 만들 던 내가(*지난 1편 글 참고) 저렇게 큰 지단을 뒤집을 수 있을까? 싶었다.


무조건 부서질 것 같았다. 그래서 여차하면 스크램블 에그로 변신시키려고 했는데..



웬걸




달걀지단은 두꺼워서 생각보다 잘 뒤집어졌다.

내가 프라이팬에서 이렇게 음식을 깔끔하게 뒤집어 본 경험은 난생처음이었다.


내가 뒤집어 놓고도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마지막 재료는 참치이다.

사조 참치캔이 딱 하나 집에 남아있었다.

참치 캔에 들어있는 기름을 빼줬다.


채에 참치를 놓고 비닐장갑 낀 손으로 참치를 꾹 눌러주니 기름이 한가득 빠졌다.


그리고 원래, 릴스 레시피에서는 마요네즈로 참치를 양념했지만 나는 집에 마요네즈가 없었다.

자취생에게 마요네즈는 사치이다.


분명 몇 번 먹지도 않고 냉장고에 방치해 상할게 분명하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느끼한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마요네즈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첫 요리부터 응용하기 시작했다.

참치를 뭘로 양념하면 좋을까?


이런 내게 냉장고에 들어있던 고추장이 생각났다.

고추장을 과감하게 한 숟가락 푹 떠서 참치 위에 올리고 참기름과 설탕을 눈대중으로 넣고 섞어갔다.


그리고 맛을 보니 성공이었다. 설탕과 참기름이 고추장의 매운맛을 적당히 잡아줬고, 고소하고 달짝지근하면서도 적당한 매콤함은 참치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환상적인 맛이었다.



아래쪽에 참기름을 바른 후, 이제 차례대로 재료들을 쌓아 올려주기만 하면 된다.


여기에서 나는 실수를 하나 범했다.

밥 양이 조금 많았다.


재료 양을 보고서 밥 양도 슬기롭게 잘 조절해야 한다. 냅다 많이 밥을 깔아버리면 김밥이 아니라 밥버거가 된다.


참 그리고 여기서 참기름을 바르는 이유는, 나중에 접시에 통 안의 내용물을 뒤집어엎을 때 잘 나오게 하기 위함이다.





접시에도 참기름을 바르고 통을 엎었다.

아뿔싸...

밥이 내 마음처럼 쏙 하고 빠져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통을 뒤집은 상태로 통을 몇 번이나 팡팡 내려쳤다. 그렇게 하고 나니 밥이 쏙 빠져나왔다.


순간적으로 식은땀이 삐질 났다.

이건 계획에 없었던 일이라.


요리 초보에게 이런 변수의 경험은 청천벽력이다.



걱정과는 달리, 통 안의 모양 그대로 유지되어 접시에 나왔다. 이제 한입 크기로 쏙쏙 먹을 수 있도록 칼집을 내준다.


여기서 내가 또 범한 두 번째 실수...

하나 더 고백하겠다. 나는 오와 열을 맞추는 걸 잘 못한다.


한마디로 손이 그리 야물딱 지지 못하다.

그래서 또 잘라놓은 네모난 크기의 간격이 일정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발휘한 기지는,

남은 달걀지단으로 들쑥 날쑥한 크기의 모양을 가리기 위해 표정을 만들어 주었다.


교란 작전 성공

이제 얼굴 표정을 보느라 네모 크기가 저마다 들쑥날쑥인 걸 아무도 모를 것이다.


입을 아주 커다랗게 만든 건 상당히 의도된 거다.






자 이렇게 해서 완성이다.

릴스 레시피에서는 맛김으로 하나씩 밥을 싸서 먹으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김을 싸 먹지 않고 그냥 떠먹어도 아주 맛있었다.


이건 기호에 맞게 김을 싸서 먹는 김밥을 먹을 것인지, 나처럼 누드김밥을 먹을 것인지 각자 알아서 취향에 맞게 하면 될 듯하다.









진짜 김밥에 도전하기 전의 워밍업


이 간단 김밥 레시피는 요리 초보들이 진짜 김밥 만들기에 도전하기 전, 꼭 한 번쯤 해봤으면 싶다.


나 같은 요리 초보가 냅다 김밥을 만들려고 하면 옆구리가 다 터져나갈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무엇보다, 집에 있는 걸로 후딱 만들어볼 수 있다.

밖엔 나가서 장보기는 귀찮은데 요리는 하고 싶은 날 간단 김밥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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