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타고나기도 원래부터 성격은 급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손이 느린 나는 음식하나 제대로 만들어 먹으려면 1시간~2시간은 족히 걸린다.
하지만, 매일 여유롭게 무언가를 만들어먹을 시간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타임어택으로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요리가 필요하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정말 간단하게 불 없이 만드는 요리를 찾았다.
'단 6분'
6분만 투자하면 된다.
나는 어릴 적부터 말랑말랑한 식감을 가진 음식을 참 좋아했다.
특히나 곤약을 너무 좋아해서 명절 음식인 탕국을 곤약때문에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마는 내게 도대체 아무 맛도 안나는 곤약을 왜 그리도 좋아하냐고 물었지만, 뭔가 딱 들어맞게 설명할 수 없다. 말랑해서 좋다고만 이야기했다. 그 외에도 두부(그중에서도 순두부), 푸딩, 젤리 등등
무엇이든 말랑하고 부드럽고 또 쫀득한 이런 식감의 음식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계란으로 만든 음식 중에서도 말랑하고 부드러운 계란찜을 나는 가장 좋아한다.
어릴 땐 항상 엄마가 채소를 넣고 뚝배기 계란찜을 만들어 내게 주셨다. 뜨끈한 계란찜을 후후 불어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은근하게 계란에서 묻어 나오는 뚝배기의 향이 일품이다.
자취를 시작하고, 이번에 처음으로 나는 계란찜을 만들어 보았다. 자취생이라 뚝배기도 없고, 내게 있는 건 전자레인지에 사용가능한 그릇뿐이다.
그래서 불에 끓여 만들지도 못하고 뚝배기의 맛을 낼 순 없지만 아쉬운 대로 국그릇으로 계란찜 만들기를 도전해 보았다.
우선 나의 계란찜 레시피이다.
계란찜 레시피
1. 전자레인지에 사용 가능한 그릇에 계란을 깨뜨린다.
2. 물을 눈대중으로 조금 넣어준다. (국물 있는 계란찜을 만들고 싶다면 조금 많이, 국물 없이 뻑뻑한 계란찜을 만들고 싶다면 물을 아주 조금만 넣으면 된다. 이것도 사실 때에 따라 먹고 싶은게 다르다. 국물이 있는 계란찜과 국물이 없는 계란찜 둘 다 해 먹어 보길 추천한다!!)
3. 소금은 한 꼬집, 간장도 한 스푼, 참기름은 두 스푼 넣고 잘 섞어준다.
(*달걀의 알근이 잘 풀어지게 해야 한다)
4. 파를 깨끗하게 새척한 후, 파의 흰 부분을 가위로 잘라 넣어준다. (*파 양은 너무 많지 않게 적당히!)
5. 전자레인지에 그릇을 덮을 수 있는 접시로 뚜껑을 덮고 5분을 돌린다.
6. 완성된 계란찜에 깨소금을 뿌려준다.
끝!
1~4의 과정을 아주 스피드 하게 1분 만에 해결하면 된다.
나머지 5분은 전자레인지가 알아서 잘 해결해 줄 것이다.
계란은 내가 원하는 양만큼 풀어주면 된다.
1인용 일 때는 2개가 적당하고
2인용 일 때는 4개가 적당하다.
나는 애매하게 3개를 풀어보았다.
소금, 간장, 참기름을 눈대중으로 넣어주면 되지만, 그래도 계량을 어느 정도 해보자면
소금은 조금만 많이 들어가도 짜다. 그렇기에 욕심을 버리고 딱 한 꼬집만 넣어주고, 간장도 밥 숟가락에 딱 한 숟가락만 넣어준다.
그리고 한 번도 계란찜에 참기름이 들어간 것을 본 적도 먹어본 적도 없지만 나는 궁금해서 한번 넣어봤다. 그리고 검색해 보니 의외로 참기름을 넣고 계란찜을 만드는 레시피들이 꽤 많이 나왔다.
나는 참기름을 참 좋아한다.
고소한 참기름은 어디에 들어가도 다 맛있다.
떡볶이 소스에 넣어도 매운맛을 잡아주고 고소한 맛이 더해져 맛있고, 어떤 요리를 하던 대부분 조금 맛이 심심하다 싶을 때 마지막에 참기름을 한 스푼 넣어주면 모든 음식에 더욱 풍미가 생긴다.
참기름은 마법이다.
그리고 잘게 자른 파를 얹어본다.
뚜껑을 접시를 이용해 덮고 5분 동안 전자레인지를 돌린다.
계란찜이 완성되는 동안 나는 마저 식사 준비를 했다.
그렇게 완성된 나의 첫 계란찜이다.
전자레인지에 만들었지만 퀄리티는 신기하리 만큼 참 좋다.
여기에 깨소금까지 뿌려주면 비주얼도 맛도 만점이다.
이렇게 열무비빔밥과 계란찜을 함께 먹어주었다.
궁합이 정말 찰떡이다.
비교적 매콤한 열무비빔밥에 따끈하고, 부드럽고, 맵지 않은 계란찜의 조화는 정말 잘 어울렸다.
나는 어릴 때부터 채소를 좋아하지 않았다.
여느 아이들이 다 그렇듯 나도 그 절차를 밟았고, 어른이 된 지금도 싫어하는 채소가 있어 쏙쏙 골라내는 버릇을 창피하지만 완전히는 버리지 못했다 고백하겠다.
항상 엄마의 계란찜에는 파와 당근 그리고 양파가 들어가 있었다. 나는 셋 중 그 어떤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국이나 반찬에 저 채소가 들어가면 채소를 먹지 않는다.
특히나 소시지 야채볶음에 들어가는 당근, 감자볶음에 들어가는 양파, 각종 국에 다 들어가는 파를 나는 정말 싫어했다. 쏙쏙 잘만 골라내서 먹지 않았다. 소시지 야채볶음을 먹을 때 나는 소시지만 두 개 먹고 아빠는 내가 먹지 않은 당근까지 해서 당근만 두 개씩 집어먹었다.
엄마는 나와 달리 채소를 너무 잘 먹는 얄미운 언니와 비교하며 언니를 칭찬했다.
하지만, 나는 비교당하는 것보다 채소를 먹는 게 더 싫은 아이였다.
그 정도로 채소를 싫어했지만, 계란찜에 들어가는 채소는 계란 속에 쏙쏙 박혀 있었던지라 골라내지 않고 잘 먹었다. 내가 채소를 골라내지 않고 잘 먹은 몇 안 되는 음식 중 하나였다.
메인 요리보다 계란찜
주로 횟집, 고깃집에 가면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에 계란찜이나 미역국이 사이드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이를 정말 좋아했다.
특히 계란찜은 메인 식사가 나오기까지 기다리며 호호 불어 떠먹다 보면 금세 다 먹는다.
어릴 적에 식당 계란찜은 내게 신세계였다.
엄마가 만들어주셨던 계란찜에는 가족들의 건강을 생각해 채소가 한가득 이었고, 국물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국물이 많은 계란찜이었다.
하지만, 대체로 식당 계란찜은 채소가 없었고 국물 없이 오로지 탱글한 계란만을 맛볼 수 있는 계란찜이 많았다. 같은 음식이지만 이토록 다를 수 있다는 걸 식당 계란찜을 먹어보고 처음 알게 되었다. 이렇게 무수한 계란찜들을 나는 참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