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창업을 돕다 직접 창업하였습니다

권고사직을 계기로 시작된 언더웨어 창업기

by 포롱


창업지원 중간조직의 일상: 그들과의 만남



내가 창업지원중간조직에서 근무하면서 맡았던 업무는 기업들의 판로를 개척하고 교육하며 다양한 지원을 하는 일이었다. 세상에는 좋은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지고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 중 다수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꿈을 품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하며 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고, 창업이라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직관적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만나던 창업가들은 대개 의욕이 넘치고,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은 종종 벽에 부딪혀 좌절하거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순간들을 맞이하곤 했다.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하며 예상치 못한 장애물들이 끝없이 쏟아졌고, 그럴 때마다 그들은 고군분투했다.

어떤 이들은 자금 부족으로, 또 어떤 이들은 시장 진입의 어려움으로 한숨을 내쉬었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매 순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길을 찾아갔다. 그들의 모습은 영감이 되면서도, 나로 하여금 복잡한 감정을 일으켰다.



한 번은, 도전에 실패해 힘겨워하는 한 창업가가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그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고백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를 위로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창업가들을 돕고 있지만, 정말 그들이 겪는 모든 문제를 이해하고 있는 걸까? 그저 조언을 건네는 입장에서 벗어나, 그들의 처지에서 느껴지는 복잡한 감정과 고민을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들이 반복되면서 나는 점차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매일 창업자들을 만나 그들의 어려움에 귀 기울였지만, 어느 순간 나는 마치 겉만 핥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이해해야 했고, 이해하려면 직접 그들의 길을 걸어봐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나는 창업이라는 길을 직접 걷지 않는 이상, 그들의 깊은 곳까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정으로 창업가들을 돕고 싶다면, 그들이 마주한 현실을 함께 경험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 생각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었다.





예기치 못한 전환: 권고사직의 충격



예상치 못한 소식이었다. 어느 평범한 날, 회사 사정으로 인해 권고사직을 통보받았다. 회사에 대한 의리로 남겠다 한 직원들은 월급조차 보장받지 못하였다. 이직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제야 실감이 났다. 내가 이토록 애정을 쏟으며 일해왔던 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사회적 기업에서의 일은 내게 그저 직장이 아니라 사명과 같았다. 창업가들을 돕고 그들이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보람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러나 현실은, 더 이상 그 일을 할 수 없다는 냉정한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나는 그 자리에 덩그러니 남아, 내일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웠다.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불안과 두려움이 교차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미한 기대가 생겼다. 내가 창업가들을 지원하며 항상 부러워하던 그들의 도전 정신, 그리고 열정. 이제 그 길을 나도 직접 걸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창업가들을 지원하면서 다양한 문제와 해결책을 배우고,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내심 느껴온 욕망이 속에서 서서히 올라왔다.



나는 이때 결심했다. 이제 나도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일을 해보자고. 그들을 돕는 조력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스스로 창업가가 되어 내가 풀어야 할 문제를 해결해 보자고.



퇴직의 아픔은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으로 향하는 첫걸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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