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까말까 할 땐 해야한다
갑작스런 퇴직의 여파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스스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긴 회사를 떠난 뒤의 허전함은 매일 내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했다.
그러다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예비창업패키지’라는 정부지원사업 공고를 보게 되었다. 창업지원금으로 최대 1억원을 지원해주는 이 공고를 봤을 때, 가슴 속에 복잡한 감정이 피어났다. 하나는 ‘이건 운명이다!’ 하는 설렘이었고 하나는 두려움이었다.
주위 친구들은 취업을 해서 자리를 잡아갔고 안정적으로 돈을 벌며 결혼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분야에서 창업을 해 자리를 잡아갈 걸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또한 창업가들을 지원하고 옆에서 지켜보며 보았던 그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생각하니, 막연한 두려움도 나를 덮쳤다.
막막함 속에서 여러 가지 일을 떠올렸지만, 자연스레 결론은 하나였다. 창업가들을 지원하며 함께한 시간 동안, 그들처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진심 어린 열망이 나에게도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창업가들을 지켜보며 느꼈던 감정이 단순한 공감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가장 잘 알고, 오랜 시간 동안 겪어왔던 문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누구나 일상에서 사소하지만 반복적으로 겪던 불편함이 있을 것이다. 나는 가슴 사이즈로 인해 적절한 속옷을 찾는 일이 늘 어려웠다. 시중의 속옷들 중엔 맞는 사이즈가 거의 없었고, 간신히 찾더라도 디자인이나 착용감, 핏 등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것 아닌 문제 같을 수 있지만, 매일매일 불편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것이 아닌 큰 스트레스였다.
나 같은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좀 더 편안하고 자신감 있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적어도 가슴 무게로 인한 어깨결림을 완화해주는, 어깨끈 없이도 안정감과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속옷을 만들자고 다짐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일상 속 작은 불편을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나의 소망이었다.
퇴직이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나를 성장시키고, 나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해주었다. 창업은 이제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작은 개발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큰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기회로 보였다. 나는 이 일이 내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