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첫사랑 1

by 김윤정

충청북도 두메산골

빼곡한 숲 사이로 보이는 거라곤 아득한 하늘뿐인 마을이었다.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에 아이는 주렁주렁 굴비 엮듯이 많아서 소작을 붙이고 살지만 장에 내다 파는 것은 고사하고 입에 풀칠하기도 빠듯하였다.

9남매에 홀어미가 사는 집, 그 살림은 번잡함보다는 단출함이었고 부엌 시렁에 올려진 커다란 소쿠리에는 뿌옇게 먼지가 끼여 있는 날이 많았다.

그래도 사람은 배워야 산다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두 오라버니는 도시로 나가 공부를 하고 있었고

사람 축에도 못 들어서인지 아니면 여자는 남자만 잘 만나면 팔자가 바뀐다는 믿음 때문인지 세 언니들은 국민학교를 겨우 마치고 엄마를 도와 농사일을 하였다.

매일 귀염 받는 막내도 아니고 사람대접받는 아들도 아닌 다섯째 딸이었던 소녀는 날마다 떠오르는 눈이 시린 태양빛이 가득한 마당에서 고추를 널어 말리면서도 자신의 앞날이 캄캄하게만 느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와 함께 언니들은 남의 집 논일과 밭일을 하러 가고 나면 밑에 동생들은 자신의 몫이 되어서 밥을 차려주어야 했고 찔찔 흘리는 코를 닦아 주어야 했고 이불을 개야 했고 마당을 쓸어야 했으며 저녁에 먹을 찬거리를 다듬어야만 하였다.

크지도 않은 작은 손으로 동생들을 돌보고 집 안 일은 하고 그래도 남는 시간에 산에 올라가 계절 따라 볼이 미어지도록 아카시아 꽃잎을 따먹고, 머루를 따먹고 , 감을 따먹고 밤을 따 먹어도 돌아서면 배가 고팠고 그나마 자신의 입보다는 동생들을 챙겨줘야 하는 언니라는 자리가 몹시도 힘이 들었다. 막내를 업고 오르내리는 산길은 밥을 배 터지게 먹어 본 적이 없어서 인지 풀썩풀썩 주저앉기 일쑤인지라 동생을 업는 것이 겁이 날 때도 있었다.

배고프다고 보채고 엄마 보고 싶다고 보채는 동생들을 잘 보살피다가도 소녀는 가끔씩 욱 화가 치밀어 오르면 동생들을 떼어놓고 산길을 미친 듯이 달리기도 하였다.

숨이 턱에 차고 더는 발걸음을 뗄 수 없을 때 소녀는 널브러져 네 활개를 짝 펴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을 좋아하였다.

'이모는 언제 올까?!'

몇 해 전, 서울에 있는 이모가 놀러 온 적이 있었다.

서울에서 하숙집을 한다는 이모는 엄마보다 인물은 더 없는데 이상하게 엄마보다 더 이뻐 보였다.

입고 온 옷을 벗어 벽에 곱게 걸어놓은 이모의 옷은 유난히 색깔이 선명해 보였고 시골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양장이라는 옷이었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다며 엄마가 준 옷을 입었는데도 이상하게 엄마가 입었을 때처럼 꾀죄죄해 보이거나 낡아 보이지도 않았고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엄마의 옷이 다른 사람의 옷이 된 것처럼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런 이모한테 엄마가 말했었다.

"서울 물이 좋긴 좋구나!"

엄마의 말에 이모는 흥흥 콧소리를 섞어가며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었다.

"좋긴 뭐 ,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며칠을 묵어간 이모 덕분에 닭으로 죽도 끓여서 먹었고, 이모가 사다 준 달달한 과자를 먹을 수 있었던 기억이 날이 갈수록 새록새록 더해가는 소녀였다.

그런 이모가 갈 때 약속을 했었다. 또 놀러 오겠다고...

그게 언제가 될지도 모르면서 소녀는 이모가 서울로 간 이튿날부터 하루하루 날짜를 꼽으며 이모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로 올라가고 싶었다. 언니들처럼 이런 시골구석에 처박혀 그냥저냥 살다가 엄마처럼 늙기 싫었고 이모의 뽀얀 얼굴처럼 소녀의 삶도 하얀 분처럼 피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모가 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꼭 따라나설 거라고 다짐을 하였다.

그때를 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밥도 먹지 않고 동생들도 돌보지 않고 집안 일도 안 하고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서 시위를 하다가 언니들한테 꼬집히고 눈총 받으며 엄마를 조르고 졸라서 겨우 중학교를 마칠 수 있었지만 이 시골에서는 국민학교를 나온 언니들이나 중학교를 나온 소녀나 별반 다를 것이 없었고 엄마를 따라 입에 풀칠하는 일에 급급한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이모가 아무 소식도 없는 것이 안타까웠고 암담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가뭄의 논처럼 소녀의 가슴과 생각을 쩍쩍 소리 나게 갈라놓고 있는 중이었다.


멍하니 하늘을 보며 누워있던 소녀의 귀에 앙칼진 막냇동생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벌떡 일어나 부리나케 뛰어가니 막내가 토끼를 잡으려다가 넘어져 무릎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우는 막내를 둘러업고 바로 밑에 동생의 손을 잡고 달리던 소녀가 그만 돌부리에 걸려 비틀거리다 넘어지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동생은 안 다치게 하였기에 소녀는 발을 삐었고 무릎이 찢어졌으며 팔꿈치도 까져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

안 그래도 울고 싶은데 뺨을 맞은 것처럼 소녀는 그동안 참고 참았던 울음을 토해 내었고 동생들은 소녀가 울자 덩달아 울기 시작하였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었어도 그침이 없는 울음은 서산에 기울기 시작한 해 그림자 속에서 넓고도 높게 퍼져 나갔다.

얼마를 울었을까?!

저녁때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동생들을 찾으러 산에 올라온 큰언니는 세 동생들이 울고 있는 소리에 놀라 달려왔다. 막내를 안아 들고 아무 생각 없이 동생들도 하나 제대로 못 본다며 소녀의 등짝을 후려치며 얼른 일어나라고 구박하던 큰 언니는 소녀의 부은 다리를 보자 놀라고 말았다.

막내 대신 큰언니 등에 업힌 소녀는 총총걸음으로 따라오는 두 동생들을 보자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큰언니에게 업혀오는 것이 막내가 아니라 소녀인 것을 안 엄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소녀의 발이 퉁퉁 부은 것을 보자마자 소녀를 업고 동네에 하나 있는 한약방으로 달려간 엄마는 치료가 끝나자 소녀를 향해 "으이구 애물단지!" 하며 하얗게 눈을 흘겼다.

다치고 싶어서 다친 것은 아니었지만 아마 엄마에게는 빠듯한 살림에 병원비까지 보태는 소녀가 정말 애물단지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리를 다쳐서 일도 안 해도 되고 동생들을 보살피지 않아도 되어서 편할 줄 알았지만 누워있는 그 시간이 바늘방석에 올라가 있는 듯 불편하였다.

그러던 차에 걸려 온 이모의 전화, 나는 아픈 다리에도 불구하고 엄마 대신 전화를 받았다.

"엄마한테 말해서 둘째나 셋째를 서울에 보내달라고 할래?!"

"이모 내가 갈래!"

네가?! 약간은 의아한 듯 떨떠름한 듯 이모는 엄마랑 상의하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이모가 하는 하숙집에 허드레 일손이 부족하다며 언니들 중 하나를 보내달라는 이모의 당부에도 소녀는 자신이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아직 낫지도 않은 다리를 하고 어디를 가냐는 엄마를 조르고 졸라 소녀는 또다시 식음을 전패하고 난 후에야 겨우 허락을 받아 내었다. 떠나는 날, 소녀는 정말 눈곱만큼의 미련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언니들과 동생들 그리고 엄마를 뒤로 하고 서울로 간다며 깎은 단발머리를 휘날리며 마을을 떠나 서울로 상경했다.


새벽같이 일어나 하숙생들의 밥을 짓는 일도 소녀는 하나도 힘이 들지 않았다.

마당 한가운데 있는 수도가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빨랫감에도 질리지가 않았다.

삼시세끼 따스한 밥을 먹고 시래기 대신 올라오는 겉절이와 아침마다 두부장수의 방울 소리에 사서 먹는 두부가 혀에 착착 감기도록 고소하게 느꺄졌고 또 콩나물이야?! 타박했던 콩나물 부침도 맛있는 음식이라는 걸 서울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어쩌다 계란찜이라도 하는 아침이면 하숙생들이 먹고 남긴 국물이라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한지 몰랐다. 배가 부르니 설거지를 하고 돌아서면 배고프던 시골 생활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여기가 천국인가 싶을 때가 많았다. 마당 가득 널어놓은 빨래가 산들바람에 마르는 것을 보는 것도 좋았고 한 달에 한번 이불을 빨아서 널어야 하는 것이 조금은 힘에 부쳤지만 시골에서 땔감을 지고 내려오는 것보다 더 수월하였다. 거기다가 이모의 칭찬에 뭔가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가슴에 가득했다. 그렇게 소녀는 2년을 지내고 이제는 처녀티가 났다.


가을바람이 선선한 가을 새벽이었다.

잠이 깨려고 마루에 멍하니 앉아 있는 소녀의 반은 감긴 눈 사이로 그날따라 안개가 자욱하였다.

목덜미로 스멀스멀 기어들어오는 한기에 오소소 소름이 돋아났다. 어깨를 움츠리고 일어난 소녀는

소름을 잠재우려는 듯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힘차게 쓸기 시작했다. 마당을 쓸고 나면 이모가 일어나기 전에 아침에 쓸 부식거리를 다듬고 쌀을 씻어 밥을 해 놓아야 했기에 서둘렀다.

쓱쓱, 마당을 쓸면서 엄마가 부르던 노래가 갑자기 입에 떠올랐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노래를 부르며 마당을 쓸고 있는 소녀를 가로지르는 사람이 있었다.

'뭐야?'

고개를 들고 쳐다본 소녀의 눈에 커다란 군용 가방에 짐을 잔뜩 넣고 낡은 군용 잠바를 입고 나가는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 어, 아침으 ㄴ..."

하는대도 대구도 없이 휑하니 나가버리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머쓱한 소녀는 별 사람 다 있다 싶었다.

얼마 전 늦게 와서 하숙을 구하던 남자 같았다.

하숙집에서도 가장 구석에 있는 작은 방, 그 방에 하숙을 하기로 한 남자는 대학생이라고 하였다.

왜 벌써 나가는지, 밥도 안 먹고 나가는지 궁금하였지만 이내 대꾸도 없이 나간 그 남자가 괘심하다 생각이 들었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이제 방으로 들어가려던 저녁에 그 남자가 들어왔다.

"학생! 밥은?"

이모의 물음에 아직 안 먹었다는 남자를 곁눈질로 흘깃 바라보며 밥을 먹으려면 일찍이나 들어오지 싶은 마음에 소녀는 부엌으로 투덜거리며 다시 들어갔다.

작은 상에 밥을 차려서 그 남자의 방에 간 소녀는 방문 앞에 밥상을 놓고 밥 먹으라고 투명스럽게 말하고는 돌아섰다. 하숙생들에게 삭삭하다는 말을 듣는 소녀였지만 그 남자에게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새벽에 무시를 당한 것도 그렇고 늦게 들어와 밥을 먹는 것도 소녀는 곱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모가 쉬러 방에 들어가고 밥상을 물릴 때까지 기다려야 했던 소녀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부뚜막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드르륵, 아무 기척도 없이 부엌문을 열고 들어오는 바랑에 놀라 일어선 소녀는 밥상을 들고 들어오는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게 되었다.

짙은 눈썹에 부리부리한 눈, 높은 콧대에 조금은 작게 보이는 입술. 잘생겼다!

멍하니 서 있는 소녀에게 밥상을 주며 잘 먹었다 말하는 대신에 숭늉은 없냐고 물어보는 남자.

소녀는 없다고 단칼에 잘라 말해 버렸다. 잘생기면 다인가.. 늦게 들어와 밥을 먹었으면 잘 먹었다고 하던지 고맙다고 하던지 해야지... 괜스레 속이 뒤틀린 소녀는 남자에게 쌀쌀맞게 대했다.

남자는 그럼 내일은 숭늉 좀 달라며 나가버렸다.

소녀가 쌀쌀맞게 대하든 뭐라고 생각하든 별 볼일 없다는 듯이 무심히 자신이 하고픈 말만 하고 나가는 그 남자에게 소녀는 다른 하숙생들과 달리 곰살맞게 대하지 않았다.

가끔씩 센베 과자나 국화빵을 사다 주는 하숙생들에게는 부러 그 하숙생이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남겨 주거나 방을 청소할 때 신경을 써주기도 하며 받은 것보다 더 해주려고 하던 소녀였는데 왜 그 남자는 미운털만 박히는지 알 수 없었다.

노골적으로 그 남자를 미워하자 이모는 소녀를 놀리며 말하였다

"그렇게 미워하다가 정분난다. 너?!"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라며 큰소리 빵빵 치다가 혀를 쏙 내미는 소녀에게 이모는 아가씨가 되었으면 나잇값을 하라며 퉁박을 주었다.


겨울이었다.

난분분 눈이 내리는 새벽, 마당을 쓸고 돌아서면 함박눈이 금세 또 쌓이던 날이었다.

손이 시려 호호 손을 불며 마당을 쓸면서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에는 자신의 발자국을 찍으며 다시 돌아와 눈을 쓸던 때였다.

"눈이 자꾸 오는데 마당을 쓸면 뭐해요?"

어느 세 다가와서 소녀의 손에서 빗자루를 빼앗은 남자는 문 앞까지 길을 내듯 눈을 쓸고는 밖으로 나가더니 한참만에 들어와 빗자루를 마당에 던져 놓고는 가 버렸다.

멍하니 서 있던 소녀는 남자가 던져 논 빗자루를 다시 제자리로 갖다 놓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뭐지...

새벽에 일찍 나가고 다른 하숙생보다 늦게 들어오는 남자 때문에 소녀도 늦게까지 일해야 하기에 좋은 감정은 아니었다.

그날 저녁, 소녀는 갈등하였다.

그날따라 이모는 생선조림을 하였고 생선조림은 그 남자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새벽에 눈도 쓸어 줬는데 이걸 좀 더 남겨줄까?... 아냐 뭐하러...

하다가 그래도 그런 게 아니다 싶어 소녀는 다른 하숙생들보다 생선을 한 토박 더 해서 남겨 놓았다.

그러나 남자는 저녁 늦게 와서 밥상을 받으면서도 그런 소녀의 배려(?)를 알지도 못하는지 세토막이나 있는 생선조림에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럼 그렇지... 괜히 남겨 주었다는 후회를 하며 그날 늦게야 잠이 들었다.


나른한 새벽이었다.

어제 늦게 잤더니 오늘 새벽에는 일어나기가 싫었던 소녀는 뭉그적거리며 일어나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아'

어젯밤에 폭설이 내렸나 보았다.

너무 많은 눈이 내렸는데 대문까지 길을 만들 듯 눈이 쓸려 있었다.

그 남자구나...

저 많은 눈은 소녀의 힘으로는 다 쓸지도 못했을 것이며 길도 내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소녀는 늦게 들어오는 남자를 기다리며 밥상을 준비해 놓았고 그렇게 부탁하던 숭늉도 따로 끓여서 놓았다. 그런데 그날 남자는 들어오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남자가 들어오지 않자 소녀는 애가 달았다. 닷새가 지나도록 안 들어오는 남자를 기다리며 오늘도 안 들어오나... 하다가 소녀는 잠이 들었다.

찌뿌듯한 몸을 일으켜 억지로 일어나 소녀는 마당으로 나갔다.

여느 때처럼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고 있는데 누군가 걸어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그 남자였다. 초췌해진 얼굴에 피곤을 덕지덕지 달고 낡은 군용 잠바를 입고 커다란 봇다리를 지고 나오는 그 남자가 왜 그날 새벽에 그토록 측은하게 느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무심한 듯 지나쳐가는 그 남자를 불러 세운 소녀는 잠깐만 기다리라 해놓고 부엌으로 달려갔다.

언제 올지 몰라서 연탄불 위에 올려놓았던 숭늉을 떠 온 소녀는 남자에게 내밀었다.

숭늉과 소녀를 번갈아 보던 남자는 후후 불어가며 마셨다.

"이제야 속이 풀리네... 고마워요..."

소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남자가 나갔다.

그 남자의 손길이 머물렀던 어깨를 만지며 배시시 웃는 소녀의 얼굴은 발갛게 물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소녀는 남자와 가까워졌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어느 가을날,

소녀는 남자에 의해 여자가 되었다.

이모가 병이 나서 병원에 입원을 하고 혼자 하숙집 일을 도맡아 하던 소녀를 도와주던 남자는

소녀에게 갑자기 키스를 하였다. 그리고 그 밤 소녀는 남자에게 이끌려 그의 방에 들어가 잠을 잤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남자를 받아들이던 날 소녀는 아픔과 뜨거움과 가슴이 터져 나갈 것 같은 희열을 맛보았다. 첫 경험의 그날은 더 이상 소녀가 아닌 여자로 만들었고 그 남자의 품은 각인이 되어 그 소녀의 일생을 뒤흔드는 거센 바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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