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ftop party

어쩌다, 해방촌

by 조헌주

해방촌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루프탑이 아닐까 한다. 한강이 보이는 전망 좋은 높은 빌딩에서 야경을 보는 것도 좋지만, 해방촌은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을 선사한다. 일단 강이 아닌 산에 있고, 서울의 랜드마크인 서울 타워가 바로 위에 솟아 있다는 점. 산이기에 언덕을 올라야 하는 불편함은 좀 있지만, 그 언덕을 오르면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평소 산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해방촌의 루프탑은 나에게는 최고의 야경 맛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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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해방촌 오거리 쪽에 있는 신흥 시장이 개발되면서 청년 사업가들이 각양각색의 특색 있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쓰러져만 갈 것 같은 해방촌의 낡은 건물들이 카페로 변신하고, 젊은 사람들의 갬성을 자극하며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이곳에서 부쩍 방송 촬영을 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몇 군데 내가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최고는 바로 우리 집의 루프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문을 열고 몇 발짝만 나가면 서울 타워가 솟아 있는 게 보이고, 매일 달라지는 색의 서울타워를 본다. 저녁마다 다른 서울타워를 보면서 그 날의 공기 상태를 가늠한다. 초록색이나 파란색이면 오늘 날씨가 괜찮구나라고 생각하고 주황색이나 빨간색인 날엔 공기가 좋지 않구나 생각한다. 다행히 이 글을 쓰는 요즘엔 계속 초록색과 파란색이 대부분이다. 계속 이런 상태이면 좋을 텐데….


산의 풍경을 보면 좀 더 세밀하게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서울타워를 감싸고 있는 산의 나무들의 색이 변하며 그 모든 것을 말해준다. 봄에는 벚꽃으로 인해 옅은 분홍빛으로 물 들고, 여름에는 짙은 초록색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가을에는 주황색과 빨간색으로 알록달록하다. 겨울엔 휑한 느낌이지만, 눈이 많이 올 땐 하얗게 뒤덮여 운치 있는 풍경을 만들어 낸다. 계절이 가는 걸 색으로 확인을 하다 보면 금세 1년이 지나 있다. 그래도 예전엔 무감각했던 계절을 느끼며 자연이 좋아지고 있음에 이렇게 나이 들어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나는 지금 이런 변화무쌍한 산을 바라보며 해방촌의 루프탑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예전엔 시끄럽고 사람들이 많은 펍을 좋아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제 그런 것들이 재미가 없어졌다. 그 당시 함께 했던 친구들과도 연락이 뜸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변해버린 해방촌의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아 재미가 없거나, 그런 것들이 재미없어져 버린 나이가 되었거나.


이제는 친구들을 만나도 밖에서 만나지 않고 각자의 집에서 만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에겐 편의점에서 파는 다양한 세계 맥주가 있다. 이제 굳이 밖에 나가서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된 것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전혀 하지 못했던 요리에 관심이 가고 그렇게 하나씩 배워가며 손수 음식을 가는 기쁨을 느끼고 있다.


요즘 내가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곳.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곳은 바로 rooftop이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캠핑 장비를 하나씩 사 모으기 시작했다. 캠핑 테이블과 의자는 물론, 야전 침대까지 구매를 했다. 날이 좋은 봄과 가을엔 친한 친구들을 불러 이곳에서 루프탑 파티를 한다. 주로 모이는 친구들은 10년 이상 된 나의 오랜 친구들이고, 나의 친구들은 서로 몇 번 만나서 이미 다 나를 통해 서로를 다 알고 있다.


남들은 언덕이 불편하고, 도시구획이 잘 되어 있는 반듯한 곳이 좋다고 하는데 난 이곳이 너무 익숙해졌나 보다. 누구나 갖고 있는 바람이겠지만, 건물을 사서 아는 사람들이 언제든 와서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 루프탑에 와서 한 잔씩 하면서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친구가 되는 곳. 언제든 열려 있는 그런 공간이 내가 바라는 공간이다.


가능한 오래 루프탑 파티를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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