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게 뮤지컬이라
“넌 적어도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잖아. 난 그걸 모르겠어.”
가까운 친구들은 하나같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대부분 이런 소리 들을 때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렇게 화답하곤 한다. “그런가?” 그러고는 생각한다. ‘남의 속도 모르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어떤 것을 포기하고, 또 얼마나 바지런을 떨며 살아가는지!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선포했기 때문에 또 어떠한 것들을 감추면서 살아가는지! 누군가는 나의 삶이 한량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친구는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얼마나 목숨 걸고 일하고, 또 하기 싫은 일도 억지로 참아가면서 하는지도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좋아하는 것을 어느 정도 포기하면서 산다고도 말이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했을 때 성공까지도 보장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우린 우리도 모르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공식을 주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일이 돈으로 연결되는 일이면 좋겠지만, 대부분 우리가 좋아한다고 하는 것들은 어떤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돈을 써야 할 때가 더 많을 수도 있다.
생각해 보니, 나도 뮤지컬을 좋아한다는 명목하에 돈을 정말 많이 썼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가 가치를 두고 있는 것에 대한 소비는 하나도 아깝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에 따른 감정적인 만족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때론 내가 가치를 두는 경험의 만족이 수치화되는 돈에 대한 만족을 이길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감정의 풍요가 물질의 풍요만큼이나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하다는 것도 우리는 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많이 시도하고 경험해 보기도 했다. 뭐든 처음에 시작할 땐 떨리고, 긴장도 되지만 설레기도 하는 기분 좋은 주파수가 있다. 일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지루할 수도 있다. 그리고 관계 안에서 맑은 것들이 얽히고,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면서 좋아했던 일이 싫어지기도 한다. 세월에 흐름에 따라, 처한 상황에 따라 좋아하는 건 달라지기도 한다. 그 자연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며, 인생의 파도를 즐길 때 비로소 행복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인데,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그동안 내가 했던 경험 잔가지들의 줄기에는 ‘뮤지컬’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다고 내가 뮤지컬에 열정을 다해 임했던가? 그런 시기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시기도 있었다. 좋아하는 것임에도 왜 온전히 빠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나오지도 못하고 그런 상태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그래서 그로 인해 내 삶이 행복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래 유지되고 있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 봤다. 그 관계는 ‘적당하기에’ 오래 유지되고 있었다. 적당히 서로 배려하고, 적당히 편안한 관계. 너무 뜨거운 관계는 서로에 대한 기대와 욕심 때문에 무너지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 차가운 관계는 더 이상 서로에게 기대할 게 없고, 불편하기에 함께 갈 수가 없다.
너무 많이 좋아하면 질릴 것 같고, 이제 좀 떠나자니 자꾸 맴돌고 그래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평행 이렇게 함께 하고 싶은 것, 나에겐 뮤지컬이 그렇다. 좋아하는 게 반드시 일이 될 필요도 없고, 꼭 잘해야 할 의무는 더더욱 없다. 꼭 그게 목적이 되어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지 않아도 좋다. 꼭 그 분야에서 뭐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목표가 성공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저 좋아하는 게 있다는 그 작은 마음 하나로도 충분하니까. 그리고 그 작은 걸로 인해 삶의 활력이 될 수 있으니까. 기분 좋은 주파수를 유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친구가 생기는 셈이다.
어쩌면 좋아하는 게 없어서 마음에 병이 생기는 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게 있다면 마음이 쉴 틈이 없을 테니. 마음의 병은 너무 많이 쉴 때 나타난다. 그러니 우리 아주 작은 좋아하는 것을 찾아 하나쯤은 평생 갈 친구로 삼아보자. 꼭 그걸로 무엇이 되지 않아도 좋으니.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서 큰 열정을 다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말이다. 열정을 다 소진하고 나면 쳐다보기도 싫은 상태가 될 수도 있으니, 적당히 유지하는 것도 괜찮다고.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적당히 오래갈 수 있는 그 무엇! 잠시 잠깐 놓고 와도 괜찮을, 편안하게 생각이 되고 내 삶에 작은 활력이 되어 줄 그 사소한 무언가를 찾아보기를……. 그래서 조금이라도 삶의 윤활유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