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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미 Nov 05. 2024

쪼르르 달려왔다.

언제나 매 순간?

한동안 너무 싸돌아다녔나?

지민은 미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캘록캘록 가래기침을 하고,

나는 몸 어딘가에 구멍이 난 듯

에너지가 펑펑 새나가는지 기운이 없고

자근자근 아픈 증상이 삼일 째다.

그래도 미세먼지가 괜찮다면 가벼운 산책이라도 할까 했는데

또, 또, 나쁨.


생후 21개월 차인 지민은 하루에 '시러!(thl러!)'를 오 천 번씩 한다.

아침부터 짜증 폭발인 지민을 얼르고 달래고 윽박지르며

겨우겨우 옷을 입히고

집 앞 카페로 도망치듯 나왔다.


지민이 사랑해 마지않는 앙츈(카페 사장님)이 지민을 데리고 카페 앞 산책을 하는 동안

울적한 마음으로 멍 때리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몸은 고단하고

마음은 허하다.

무엇이 문제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자기혐오와 ‘모성애’가 멱살을 잡고 노려본다.

아기의 웃음소리는 대체로 나를 행복하게 하지만

오늘은 숨통을 조인다.


지민이 쪼르르 달려왔다.

아, 벌써?

지민을 좀 더 잡아두지 못한 사장님이 원망스럽다.

최대한 천천히 아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연둣빛 단풍 잎사귀 같은 손으로

철쭉 꽃봉오리가 달린 나뭇가지를 건넸다.



그러곤 다시 “앙츈! 앙츈!“을 부르며 나간다.


잠시 꽃을 바라봤다.


아이는 언제부터 엄마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앙츈과 함께하는 동안 줄곧?

꽃을 봤을 때?

햇살이 따스하다고 느꼈을 때?

언제나 매 순간?


천천히 일어났다.

지민과 앙츈이 봄놀이를 하고 있는 햇살 속으로 들어갔다.


1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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