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영혼을 녹여줄게요.” 진저 에센셜 오일

by 최승미

저는 유독 추위에 약한 편입니다.

화려하게 물들었던 나뭇잎들이 모두 떨어질 즈음

겨울바람의 냄새가 아련하게 불어오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긴장하고

당장에 혹한을 대비해야 할 듯

비장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기까지 합니다.


겨울이 도착하면

손끝, 발끝부터 싸늘하게 식습니다.

목덜미로 파고드는 날카로운 겨울의 기운을 방어하기 위해

승모근으로 어깨를 잔뜩 끌어올립니다.


겨울의 찬 기운이 가슴에 닿으면

마치 심장까지 얼어붙는 것 같습니다.


몸은 점점 더 움츠러들고,

그 상태로 굳어갑니다.


차가워질 때, ‘나 다움’을 잃습니다.


몸이 경직되고 둔해지면

기분과 에너지도 함께 가라앉습니다.


의욕이 사라지고,

특별한 이유 없이 무기력해집니다.

가끔은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우울감이

아주 조용하게 침범해 자리를 잡습니다.


몸과 마음, 그리고 우주의 흐름이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걸

계절의 순환을 통해 경험합니다.


몸이 차가워질수록

마음도 함께 얼어붙습니다.



일상의 과업을 달성하는 과정에 개입하는

수많은 생각과 판단, 해석이

무기력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난 의지가 약해.”

“마음이 단단하지가 못해.”


이렇게 스스로를 탓하기도 합니다.


심리생리학적 관점에 의하면

이 상태는 ‘게으름’이 아니라,

신경계의 ‘동결(freeze)’반응에 가깝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 긴장해 있었고,

너무 많이 버텼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움직임을 멈춘 상태.


어쩌면 차가워짐은,

이제 스스로를 돌봐야 할 때임을 알아차리게 하는

신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저, 동결된 에너지에 불을 붙이다.


진저 에센셜 오일은,

얼어붙은 몸과 마음에 작은 불씨를 떨어뜨려

정체된 에너지에 온기를 전합니다.


이 오일은 종종

‘강력한 의지와 추진력을 불러일으키는 오일’로 불리기도 합니다.

특유의 역동적이고 불 같은 성질이 의지를 강하게 하여

즉각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북돋웁니다.

용기와 활력을 불어넣어 자신감을 고취시키고,

끈기 있게 일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자연이 가진 치유력은

치유를 경험하는 대상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적용되기도 합니다.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쌓인 스트레스 속에서

신경계가 과부하되고 에너지 또한 완전히 소진되어,

옴짝달싹 하기 어려운 무기력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넌 할 수 있어! 다시 일어나! 너 자신을 믿어!”


라며 무작정 ‘파이팅’을 외치는 건

오히려 회복에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그저 가만히 곁을 지켜주는 것,

상대방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어주는 것,

부드럽게 등을 토닥여 주는 것 정도가

훗날 다시 기운을 내어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진저 에센셜 오일은

본질적으로 강력하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의 내면 깊은 곳까지 얼어붙어있을 때엔

따스하고 부드럽게 작용합니다.


차갑게 얼어버린 빙판 위에

작은 불씨 하나를 떨어뜨리는 것처럼,

정체된 에너지에

넌지시 온기를 전합니다.


이때 진저 오일의 힘은

억지로 밀어붙이거나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자극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괜찮아. 준비가 되면, 그때 움직여도 괜찮아.”라고,

몸과 마음에 속삭여주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러면 이제,

움츠러들고 경직됐던 몸이 천천히 풀리고,

둔감해졌던 감각이 돌아오면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열리게 됩니다.


몸과 마음은 늘 함께 합니다.


다시, 살아 있다는 감각으로!



진저 에센셜 오일은

우울감으로 인한 무기력,

번아웃으로 인한 감정둔마 상태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아무 일에도 감흥이 일지 않을 때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조차 잘 모르겠을 때

모든 에너지가 바닥난 것처럼 느껴질 때


“지금 여기에, 살아 있다.”

신체 감각을 다시 불러옵니다.


숨이 더 깊어지고,

몸이 따뜻해지면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상태에서

‘아주 작은 것 하나 정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아.’로

방향이 바뀔 수 있도록 돕습니다.


때로는

아주 작고 사소한 행동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신호탄이 되기도 합니다.



태양으로 향하는 뿌리 에너지

진저 에센셜 오일은

1번 차크라, ‘뿌리 에너지’와 연결된 오일로 이야기합니다.


뿌리 에너지는

가족을 포함한 공동체 안에서의 안정감,

생존과 관련한 안전감,

현실에 발을 딛고 서는 자립의 감각과 닿아있습니다.


세상에서 밀려난 느낌이 들 때

나만 제자리를 찾지 못한 것 같을 때

현실이 너무 버겁게 느껴질 때


진저는

억지로 용기를 주입하기보다

발바닥에서부터

“당신은 이곳에 존재하기에 충분하다.”는 감각을 되살립니다.


차갑고 불안하게 느껴졌던 땅의 감각이

따뜻하고 안정감 있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몸은 다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그 감각은 3번 차크라, 태양신경총이 위치한 명치 부근까지

천천히 올라옵니다.


불안으로 조여 있던 복부를 이완하고,

숨이 깊어지며,

‘버텨야 한다’는 압박감 대신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주도성이 살아납니다.


뿌리가 안정되면 의지는 애쓰지 않아도 따라옵니다.


진저 에센셜 오일은

땅 위에 서 있는 나를 온전히 자각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도록

중심을 세워줍니다.



회복을 위해선 온기가 필요합니다.


생강이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는 건

두루 알려져 있습니다.


전통적인 중국 의학에서는 ‘양기 회복제’로 사용되었고,

그리스의 의사 디오스코리데스는 기원후 77년경 집필한 책,

<치료적 물질에 대하여>에서 소화 자극제로 추천했다고 전해집니다.

이 효능은 오늘날에도 인정되어 구토와 멀미, 복부팽만, 소화불량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밖에 만성적인 관절염, 류머티즘, 근육통증에도 도움이 되며

이 모든 효과는 진저 에센셜 오일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하지만 진저 에센셜 오일은

단순히 ‘몸을 데우는 오일’이 아닙니다.


차가워진 신경계,

움츠러든 감정,

멈춰버린 에너지가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전인적 치유를 위한 촉매’에 가깝습니다.


혹시 이 겨울,

자꾸만 더 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 웅크리고만 싶고,

몸과 마음이 함께 차가워지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진저 에센셜 오일의 따뜻함을

아주 조심스럽게

내 몸 안으로 초대해 보시길 바랍니다.


회복은 언제나

따스한 온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