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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걀머리 Oct 16. 2023

기후문제와 한국소설

침묵 혹은 무관심

한국 소설은 당대의 사회문제들에 문제제기, 질문하기, 예언자적 역할을 충실히 담당해 왔다고 생각한다. 이데올로기, 계급 문제, 노동운동, 페미니즘 등 당대의 사회문제들을 충실히 반영하고 리드하는 역할을 해왔다. 90년대 개인주의적, 사변적  소설들조차도 권위주의적 문화를 벗어나 개인의 권리를 강조하는 시대적 변화에 응답한 결과다.


그런데 소설은 기후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침묵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특히나 환경 문제가 피부에 와닿게 심각해진 2000년대 이후에도 소설은 환경파괴와 기후문제를 사회적 아젠다로 끌어내지 못했다. 기후소설은 양적으로도 적었지만 SF, 장르 소설로 분류되어 주류 문학 출판사들의 관심과 문학상에서 소외되어 왔다. 심지어 팬데믹 시기에도 팬데믹이 개인에게 미친 영향 이상으로 나아가 체제의 문제로 분석해내는 소설은 드물었다.  주류 소설계가 기후 문제만큼은 예언자적 역할을 하지 못한 이유가 무얼까? 왜 오히려 뒤처지나? 거의 직무유기 같은 무관심과 벙어리와 마비 상태로 남아 있나? 출판사나 작가들은 이 문제에 왜 이리 무관심할까? (혹은 왜 그렇게 보일까)?


* 내가 기후 관련 소설을 써보려고 시도했을 때 “소재주의”라는 평과, 환경 문제로 소설을 쓸 때 소재주의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충고를 들었다. 이 충고가 무척 흥미로웠다. 습작품 자체는 나 개인이 더 갈고닦아서 개작하면 될 일이지만, 동시에 소설쓰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정치나 환경문제는 소재주의가 되기 쉽다”는 말을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소설은 가장 유연하고 자유로운 장르가 아닌가? 그런데 특정한 문제를 다룰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말이 당연하게 통용되고 있다니?


 1. 내가 연구하고자 하는 주제를 좁혀나가기 위해서, 쟁점을 문장으로 정리해 보았다.

문학계의 주류인 리얼리즘 소설이 기후변화로 인해 급격히 변화하는 세계와 사회상을 반영하는데 실패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리얼리즘 소설의 극복이 죽음의 자본주의 바깥을 상상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바깥을 상상할 수 있는 대중적 능력이, 불가능해 보이는 기후위기 극복의 단초가 될 것이기 때문에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학은 새로운 서사와 어휘를 통해 대중의 탈자본주의 상상력을 촉발하고 증폭시킴으로써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노력의 한 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문학과 기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리얼리즘이란 무엇인가.)


2. 다음 단계로, 자료를 찾고 읽어보았다. 자료는 내 생각보다 많았으나 역시나 풀이 적었다. 아미타브 고시나 마크 피셔가 인용되지 않는 글이 없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아직은 이 분야에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연구자의 수가 적다는 것의 반증 아닐까? 기후문제의 현실이 자료 리서치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연구자(선구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확장되고 용기가 생겼다.


<단행본>

아미타브 고시.  『대혼란의 시대』. 에코리브르. 2021

비자이 프라샤드.  『아스팔트를 뚫고 피어난 꽃 - 자본주의 시대 기후 변화에 대한 단상』. 두 번째 테제. 2018

애나 로웬하우트 칭. 『세계 끝의 버섯』. 현실문화. 2015

마크 피셔. 『자본주의 리얼리즘 - 대안은 없는가』

마크 피셔. 『 Kpunk 』

곽재식 외. 『SF보다』 vol.1 얼음. 2023. 문학과 지성사

Martin Puchner.  『Literature for a Changing Planet』.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22


<비평>

구모룡. “문학은 어떻게 기후위기를 만날까?”  『문학/사상』 2023년 7호

정다영. “정해진 미래를 기억하라”  『문학/사상』 2023년 7호

유희석. “기후위기가 문학에 던지는 물음. 『창작과 비평』 2022년 여름호

김미정. “시장에서 생태계로. 문장웹진

이광석. “인류세”논의를 둘러싼 쟁점과 테크노-생태학적 전망”. 『 문학과학』 97호.

브뤼노 라투르. “왜 비판은 힘을 잃었는가? 사실의 문제에서 관심의 문제로”. 『문학과 사회』 143호.

이희우. “비판을 다시 쓰는 것이 가능할까?”.『문학과 사회』 143호.


<논문>

이정철, 임정희. <기후 변화 시대 인문학의 응답과 역할 : 철학, 종교, 문학 분야를 중심으로>.  Journal of Climate Change Research 2022, Vol. 13, No. 4, pp. 447~457


<온라인 신문 기사>

강양구. “문학은 왜 기후 위기를 외면할까” <한국일보> 2021. 5.20

소설인가 현실인가… ‘장르’로 정착한 기후소설



Martin Punchner 유튜브 강의

https://youtu.be/skKdHjzU0go?si=Oxn3GMTaWkjXfTir

https://www.csds.in/the_world_and_the_planet_podcast_martin_puchner_



3. 영향맵 (선정된 주제가 미친 영향의 연쇄적 고리)

4. 원인맵 (주제를 ‘야기시킨’ 사건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업화 될 수 없는 것은 후경이 된다. 그들의 생명력, 창조력, 원의, 날아다니는 새들, 원주민들, 팔리지 않는 글을 쓰는 시인들, 항의할 힘이 없는 노동자, 그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생명력있게 살아있다해도, 우리의 공동의 사고체계에서는 담화를 주도할 능력을 상실하고 배경화된다. 근대 소설은 그러한 자본주의적 패러다임을 충실히 반영했다. 다음 중 살아있는 것, 의지가 있는 것은? 비, 행성, 사람, 동물. 그중에서 오직 사람만이 화자로서의 목소리를 얻었다. 그렇지 않은 것들은 우화, 신화, 아이들 소설로 폄하됐다.

이러한 문학적 관행을 들여다보는 것은 “인간이 지질학적 행위체가 됨으로써 지구의 가장 기본적인 물리 과정을 변화시키고 있는 시대”라는 인류세에 대한 이해와 상상이 왜 이렇게 빈곤한지 추측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아니, 그러할까?

질문은 인식의 전환은 소설의 전환에도 영향을 끼칠까? 끼치고 있을까? 기후문제는 어떻게 인류세 소설의 주체가 될 것인가?  될 수 있을까? 소설이라는 장르는 기후문제를 포용할 수 있을까?


4. 사건을 육하원칙에 따라 1차 정의하기

내가 연구하고자 하는 주제는 기후변화시대 소설의 새로운 문법이다.

언제: 인류세에

어디서: 문학계에

누구에의해: 작가와 비평가와 출판사에 의해

무엇을: 새로운 내러티브가

어떻게: 창조될 수 있는가, 어떻게 창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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