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문학은 인간중심 철학을 기반으로 형성된 장르다. 바로 그 “인간중심주의”가 기후위기-기후붕괴 문제의 뿌리로 지적되는 만큼, 문학이 기후문제를 다룬다는 것은 자신의 기반을 흔들고 파괴해서 새로운 세계관을 장착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과연 문학은 인간을 넘어선 다양한 존재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장이 될 수 있을까?
소설이란 “해결”하지 못하지만 가장 앞서나가면서 “질문”하는 분야이며, 인간의 상상력의 최전선을 언제나 개척하고 탐구하는 장르다. 만일 인간이 근대성을 극복하고 현재의 기후 위기를 넘어선다면, 그 맨 앞자리에 문학의 상상력이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근대적 소설일까?
아무튼 아미타브 고시가 말했듯 "기후 위기는 문화의 위기이자 상상력의 위기다".
집중하고 싶은 주제
* 인간과 비인간존재의 평등한 네트워킹과 존재함이 소재가 되는 스토리텔링의 다양한 가능성과 범위 상상하기
* 그렇게 함으로써 근대적 관점의 소설들이 공모해 온 지구-환경-(그리고 결국 인간 자신)의 파괴를 인식하기
* 인간과 비인간존재의 공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쓰인 소설과 관련 비평 연구하기
* 그리하여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하고 자연-물질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고, 그 결과 인간 자신과도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될 거라는 희망을 펼쳐 놓기. 만일 인류가 정말 망할지라도, 우리가 심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는 바로 이 작업을 통해 하게 되는 자연과, 또 자기 자신과의 화해일 것이므로.
2. 키워드
문학, 탈자본주의, 비평, 비인간존재, multispecies, non-human agent
3. 학술지도 그리기
: 인문학 내에서 어떤 학문들이 기후 변화에 대해 반응해 왔는지 한 논문을 참고하고 있었는데 흥미로운 코멘트를 발견했다.
“KCI에서 검색되는 논문들 중 인문학은 다른 분야에 비해 기후변화 관련한 연구의 수가 확연히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정철, 임철희. <기후변화 시대 인문학의 응답과 역할: 철학, 종교, 문학 분야를 중심으로>
나는 인문학은 진보적인 학문으로서, 소수자 문제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환경문제에서만큼은 최전방에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의외였다. 어쩌면 이 의외의 사실이, 바로 문제의 본질 아닐까? 인문학은 “인간 그 자체, 혹은 인간이 만들어 낸 것들에 담긴 인간성, 가치, 문화, 사상 등에 대한 연구와 어떻게 하면 그것들을 더욱 발전, 증진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448쪽)“다. 바로 그 인간 중심 주의 때문에 자연, 비인간존재는 도외시하고 기후변화에 가장 느리게 반응했던 것 아닐까? 이 가설이 이렇게 확연하게 숫자로 나타나는 것이 흥미롭지 않은가? 이것은 다시, 문학계가 기후문제에 왜 그리 반응이 늦었는지, 그리고 왜 인간중심 세계관에서 벗어나는 것이 기후문제 해결의 첫걸음인지 간명하게 보여주는 예시인 것 같다.
위의 표에서 보듯 인문학 내에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먼저 부각하고 논의를 이끌어온 것은 그나마 철학과 신학(특히 비교신학), 문학 정도인 것이다(논문에 따르면 사학은 과거의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가 대다수라 이 논의에서 제외).
논문은 기후변화 연구 사례를 다음과 같이 학과별로 정리한다.
철학: 환경윤리학, 생태윤리학
종교: 범종교 선언, 생태신학, 생태 여성주의 신학/ 가톨릭 교종 회칙 Laudato si/ 불교생태학, 참여불교
문학: 기후소설을 통한 체제변혁의 문학적 의지, 생태 여성주의, 생태 비평,
그러나 국가보다도 큰 기후문제의 특성상, 논문에서는 다학제적 대화와 융합적 사고를 강조하고 있다.
학과를 넘어서는 공통된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지구적 정의
세대 간 정의
기후변화 윤리
탈자본주의, 탈신자유주의
인류세
자본주의 하의 소수자들(성소수자, 여성, 제3세계, 남반구 문제)
동물복지
생명윤리
나는 학위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 학과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한국 문학을 출판하고 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러한 키워드들을 어떻게 구현해 낼 것인가, 그리고 대중에게 어떻게 프로모션 하고 함께 풍성한 대화를 만들어나갈 것인가, 그것이 이번 트랙을 따라가면서 내가 모색하고 싶은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