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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시 읽어 주는 동동이

by 동동이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서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

골목길 감나무에게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

언제나 바쁜 슈퍼집 아저씨에게도

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를 하자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을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 이 상 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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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집에 들어가고 싶은 날이 있다.

왠만한 친구도 한번씩은 집에 들어가고 싶어 할 때가 있다.


내 키가 아버지를 넘어서는 그쯤

집이 싫었다.

그러나 꼬박 꼬박 밥을 먹듯.

잠을 자듯.

쉬를 하듯.

집으로 향했다.


군대를 다녀오고,

취업을 하니

자연스럽게 집을 나오게 되었다.

(이렇게 쉬운거였다니. 사실 조금 놀랬다)


어느 시인은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 했다.

암. 그렇고 말고.


야근이 많다.

어른의 잔소리가 들려온다.

자기의 상처를 던지는 사람이 많다.

웃어 넘기자 하며 잊어버리지만

아무레도 잊지 못한거 같다

(지금 이글을 쓰는 거 보면)


아.

누가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너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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