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어

시 읽어 주는 동동이

by 동동이

바람 부는 이 세상

네가 있어 나는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된다


서로 찡그리며 사는 이 세상

네가 있어 나는 돌아앉아

혼자서도 웃음 짓는 사람이 된다


고맙다

기쁘다

힘든 날에도 끝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우리 비록 헤어져

오래 멀리 살지라도

너도 그러기를 바란다


- 나 태 주 -




모처럼 서점에 들려 책 몇권을 집어 들었다.

요즘 책만 읽었다 하면 딸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리고 마음이 훅 하고, 떨린다.

나는 아직 총각인데 이상하다.


아버지란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아버지에게 딸이란 어떤 존재이기에.

이토록 열변을 토하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그래서 시집 서문에 적혀 있는

글을 대신하여 그 마음을

여러분과 같이 나누고 싶다.


황매산은하수.jpg

또 다시 밤하늘의 별이 되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딸들은 애당초 꽃다발로 왔고 그 향기로 왔다.

딸을 기르면서, 딸과 같이 살아오면서 딸로 해서 아버지들은

처음 알게 되는 생의 기쁨과 행복을 만나기도 했으리라.

어른으로 자란 뒤에도 딸들은 아버지들의 마음과 느낌의 고향으로

언제까지고 맑은 샘물이 되어주고 있을 터.


지난한 세상살이, 하루하루 얼마나 흔들려야만 했던가!

그럴 때마다 마음 안에 딸아이가 있지 않았더라면 어찌했을지 몰라!

세상의 모든 아비들에게 딸들은 폭풍우 거센 난바다에 내려진 깊고도 푸르른 닻.

비 개어 멀리 하늘에 뜨는 무지개. 아니면 손 흔들어 내일을 약속하는 흰 구름.

애당초 축복이었고 선물이었다.

마음안에 숨겨둔 보석이었다.


하지만 아비들에게 딸들은 여자이면서도 여자가 아닌 여자.

여자 그 너머의 또 다른 여자. 신비였다. 다만 자랑이었고 사랑이었다.

아비의 목숨이 떠난 뒤에도 가장 오래 함께 울어줄 목숨이 딸이다.

그의 생을 가장 잘 기념해줄 육친이 또 딸이다.

실상 딸들은 아비의 또 다른 생명을 살아줄 가장 어여쁜 인간.


딸아 딸들아, 네가 있어 너희들이 있어 아비의 생은 조금쯤 더 부드러워질 수 있었고

조금쯤 더 따뜻해질 수 있었고 조금쯤 더 넉넉해질 수 있었단다.

고맙구나, 딸아.

너를 나의 딸로 세상에 만난 행운에 대해서 감사한다.

너로 해서 세상은 다시 한 번 더 좋았구나.


비로 이다음에 아비 없는 세상이 온다하더라도 너무 울거나 너무 힘들어하지는 말아다오.

다만 잘 살아라. 너의 인생을 살고 너의 인생의 꽃을 피우다 오거라.

그것이 다시 이 아비가 사는 길이다. 세상에 오래 남아 함께 사는 길이다.


되풀이하는 말이다만 아비는 이다음에 어두운 밤, 별이 되어 너를 내려다볼 것이다.

너를 지켜볼 것이다. 네가 어느 날 혼자서 고달프게 밤길 걷다가 문득 누군가 바라보는 것 같이

느껴져 하늘의 별을 우러를 볼 때 거기 가장 빛나는 별이 하나 있거든 그 별 속에 아비의 마음이

너를 내려다보고 있다고 믿어다오.


2017년 초여름

나태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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