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개의 별입니다

시 읽어 주는 동동이

by 동동이

나는 넓은 하늘에 떠 있는 한 개의 별입니다.

세상을 내려다보며 멸시합니다.

그리고 내 정열 속에서 타 버립니다.


나는 밤이 되면 격노하는 바다입니다.

낡은 죄에 또 다른 죄를 쌓아서

무서운 희생을 치러야 하는 비탄의 바다입니다.


나는 그대들의 세상에서 쫓기어

자만하도록 교육받고 자만에 속았습니다.

나는 나라 없는 왕입니다.


나는 조용한 정열입니다.

집 안에는 난로도 없고 전장에는 칼도 없습니다.

그리고 내 권력에 의해 병들고 있습니다.


- 헤르만 헤세 -


가끔 창작 욕구가 불타오를 때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고 싶어 안달 날 때.

그때 사진기를 만지고, 노트에 펜을 글쩍이며,

노트북에 따닥 타자를 칩니다.


아, 나는 왜 이리도 능력이 없는지.

내가 찍은 사진

내가 적은 글

내가 생각해낸 이야기

누군가 보면 웃을 거 같아

몰래 마음속 서랍장에 곱게 접어 놓습니다.


속 타는 마음에 헤르만 헤세의 시를 읽었습니다.

제목부터 멋지잖아요.

"나는 한 개의 별입니다"

어느 책에서 읽었습니다.

과학책인지, 교양 책인지, 신문인지 모르겠지만.

별은 두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스스로 빛나는 별.

빛나는 별에 반사되어 빛나는 별.

태양은 스스로 빛나는 별.

달은 빛나는 별에 반사되어 빛나는 별.


나는 한개의 별입니다.

나는 스스로 빛나는 별이고 싶습니다.

내 열정을 태워,

주변을 밝게 빛추어 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내 실상은

히파르코스의 6등급 별입니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실망할 때 많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겉보기 등급은 6등급일지라도

절대등급은 1등급이라 생각이 듭니다.

다만 쫌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쫌 떨어져 있다면

조금 다가갑시다.

그러면 여러분이 어떤 등급의 별인지

알 수 있으실꺼에요.


여러분 모두 한개의 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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