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 주는 동동이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황 지 우 -
명절을 싫어하던 너에게 보내는 편지.
추석 연휴가 지나가는구나.
사회에 있는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
기억나니?
하얀 종이 위에 너의 언어로 써내려 간 편지를 보내고
하염없이 답장이 오기만을 기다렸었지
하루에도 열댓 번씩 답장이 왔는지 물어보는 너에게
아직,
아직,
아직,
이라는 말만 되풀이했었지.
어쩌면 너는 부모로부터,
선생님으로부터
기다려 라는 말만 듣고 살진 않았을까?
그 기다림 속에 하루, 한 달, 일 년, 일생을 살아왔으니
애가 타고, 마음이 무너져 눈물로 삶을 이어나갔을 너.
그런 생각하니 괜스레 울적해지는
밤이구나.
그래도 이 밤 너를 생각하며 붙이지 못할 편지를 이곳에 보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