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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시 읽어 주는 동동이

by 동동이

오늘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뉴스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국영방송의 초창기 일화다

나는 그 시대에 감히 행복이란 말을 적어 넣는다


- 박 세 현 -


오늘 뉴스는 없습니다
오늘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뉴스는 없습니다.

옛날 국영방송의 초창기 일화라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약간의 낯섦과 동시에 묘한 기대감을 느꼈습니다. 뉴스가 없다는 게 정말 행복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떠올랐거든요.


지금 우리는 무안참사처럼, 국내에서 갑작스레 벌어진 불행한 사건의 소식을 너무나 손쉽게 접합니다. 실제로 누군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족과 생존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긴급하게 대피해야 했고, 또 다른 곳에서는 청년실업 문제나 양극화 같은 사회적 문제로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 뉴스는 없습니다”라는 말이 정말로 가능한 세상이라면, 그건 언젠가 인류가 꿈꾸던 이상향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TV나 인터넷 뉴스를 틀면 어김없이 마음이 무거워지는 기사들로 가득합니다. 때로는 “차라리 오늘 뉴스가 없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사람들의 일상은 크고 작은 사건으로 분주하죠. 이렇듯 우리는 행복을 개인적으로도, 때로는 사회적 문제와 더불어 마주하게 됩니다.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하더라도, 무안참사 같은 소식들이 들려오면 그 행복이 사치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씩, 정말로 소식거리가 하나도 없어 할 말이 없는 하루가 찾아오면 어떨까 상상해봅니다. 사고도 없고, 분쟁도 없고, 모두가 무탈한 하루 말이죠. 물론 “그런 날이 있다 한들 정말로 다 행복할까?” 하고 따지고 들면 또 다른 고민이 생기겠지만, 적어도 세상에 큰 슬픔이나 갈등이 없는 날이라면, 그 자체가 이미 행복이 아닐까요?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설령 우리 주변에 늘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더라도, 뉴스를 보지 않고 모른 척하면 그게 더 행복이지 않느냐.” 그러나 눈을 감는 방식으로는 진정한 행복에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결국엔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들을 방치하는 셈이니까요. 오히려 중요한 건, 각종 부정적인 이야기가 넘쳐나는 이 시대 속에서도 “그래도 서로를 보듬고 아껴줄 작은 이야기들”을 찾아내는 노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뉴스는 없습니다.


만약 매일 저녁뉴스가 이렇게 끝맺어진다면, 저는 조금 쓸쓸함도 느낄 것 같습니다. 동시에, “아, 오늘은 세상이 참 잔잔했나 보다” 하고 안도하는 마음도 들겠지요. 우리 모두가 바라듯, 가끔씩은 “아무 일도 없어서” 뉴스를 건너뛸 수 있을 만큼 평온한 하루가 되어주길, 그게 한편으로는 진정한 행복 아닐까 생각합니다.


함께 생각해볼 짧은 질문들

만약 “오늘 뉴스는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세상이 온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며 살아갈까요?

행복이 개인적인 문제인지, 사회적인 문제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뉴스들은 우리에게 어떤 책임감을 요구하고 있을까요?

뉴스에 들려오는 부정적 사건들 속에서도, 서로를 지켜볼 작은 행복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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