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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 기도

시 읽어 주는 동동이

by 동동이

하나님

오늘도 하루

잘 살고 죽습니다

내일 아침 잊지 말고

깨워주십시오.


- 나 태 주 -


기억도 가물한 초등학생 시절 처음 교회를 다녔다. 단순히 학교 앞에서 나누어주는 사탕 때문에 다니기 시작한 교회였다. 갈 때도 있고, 가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목사님 덕분에 교회를 정착할 수 있었다. 유쾌한 목사님이셨다. 밥도 먹고, 놀기도 하며 삶의 모습들을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보낸 교회는 나에게 빼놓을 수 없는 1순위가 되었다. 신앙에 대한 열심이 가득하였다.


시간이 지나며, 믿음에 대한 열심이 줄어만 가고 있다. 마음 한 편에선 이러면 안되지 하고, 또 다른 마음 한 편에선 남들도 다 그러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난 죄 많고, 욕심 많은 자신 밖에 모르는 이기적 사람이다. 신앙은 자신을 죽이는 것이라고 한다. 나를 죽이는 건 내 생각을 죽이는 것과 같다. 그래서 잘 안된다.


우리는 매일 죽어간다. 오늘 하루가 지나면 그 만큼 우린 죽음에 더 가까이에 있을 것이다. 죽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소중한 사람을 잃을 때 죽음을 실감한다. 밥도 먹고 같이 놀기도 했던 목사님이 하나님 곁으로 떠났을 때 처럼. 벌써 몇 년전 이야기지만 마지막 인사를 못한 건 마음 한 켠이 아리다.


땅을 밝으며 생각한다. 아 내가 지금 무덤위를 걷고 있구나. 나도 곧 땅 위에서 땅 아래로 갈 날이 오겠구나.

죽음을 피하기 보단, 내게 주어진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까 아니 죽어갈까 고민하는 것이 더 이롭다 믿는다.


그래서 그런지 나태주 시인의 "오늘 하루 잘 살고 죽습니다"란 말이 좋다.

매일 잘 살고 잘 죽었으면 소원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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