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시 읽어 주는 동동이

by 동동이

기다리면 오지 않고

기다림이 지쳤거나

기다리지 않을 때

불쑥 찾아온다

그래도 반가운 손님.


- 나 태 주 -


17년 12월 31일 편지를 받았다. 수줍은 손으로 아이가 건넨 편지였다. 즐거운 편지였다. 이런 편지는 바로 읽는 것보다 새해에 읽어보는 게 나으리라 접어두었다.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고 먼저 한 일이 편지를 읽는 것이었다. 투박한 궤지에 쓴 편지에는 지난 한 해를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내년에도 잘 부탁한다는 신년 편지였다.


첫 편지를 중학교 시절 귀여운 연예 때이다. 세이클럽이 유행하던 그 시절에도 손 편지를 써 보낸 그 아이의 편지가 어딘가에 있지 싶다. 그 후 내가 받은 편지는 입영 편지니 암울한 유년시절이지 않은가!


훈련을 마치면 삐뚤한 글씨로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통해 온전히 그 한 사람을 위해 시간을 쓴다는 생각에 정성을 다했다.


편지와 다소 인연이 없었지만 센터에 일하며 복에 없는 많은 편지를 받았다. 정성스레 쓴 아이들의 편지를 차곡 모아보니 이제는 백장이 넘는 그 편지들. 감사의 편지, 부탁의 편지, 힘들다는 편지, 하소연하는 편지 다양한 편지를 받았다.


어떤 편지든 받으면 설렌다. 생각지도 못한 반가운 손님이 온 것처럼.


http://www.bookk.co.kr/book/view/29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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