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 주는 동동이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
- 나 태 주 -
꿈을 꾸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3차선 도로는 차들로 가득 찼지만, 내가 탄 버스는 2차선을 씽씽 달리고 있었다. 꿈속 운전기사는 "소고기를 먹으니, 잘 나간다" 라는 알지도 못할 말을 지껄이며 달렸다. 나 인지 모를 꿈 속 인물이 앞을 바라보니, 봉고차 한대가 버스를 향해 돌진해온다. 어어어.. 안돼... !! 라 외치며 잠에서 깨는 데 땅이 흔들렸다. 지진이었다.
몇초간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진동은 계속 되었고, 현실이라는 걸 깨달았다. 무엇을 해야 할까. 잠옷차림으로 밖으로 대피해야되나, 짧은 반바지 차림으로? 부질없는 생각도 잠시. 극심한 공포가 찾아왔다. 꿈이 생각났고, 혹시 여기서 난 죽는 건 아닐까? 사람들 다수가 다 죽으면 어떻하지? 망상에 빠졌다.
큰 문제가 생긴건 아닌가 싶어, 꺼져 있는 휴대폰의 전원을 켜 네**을 확인하였다. 무거운 눈꺼플을 안간히 떠 살펴보니 실검 1위는 김일성 가면이었다. 혹시 북한이 핵을 떨군건 아닌가? 잠에서 깨지 못한 뇌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펴고 있었다. 하단을 보니 진도 4.6의 지진이 포항에서 발생했다는 정보가 있었다.
아. 다행이 핵은 아니다.
집에서 대피해야되는 건 아닌지. 시설에 있는 청소년에게 가봐야되는 건 아닌지. 쓸데없는 궁상에 빠졌다. 지진 때문에 죽는 건 아닐까? 난 죽음을 생각했다. 죽음을 생각하니, 질문들이 생겨났다. 잠이 달아나는 질문들이 솟구쳤다. 질문은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잠자리 옆에 누웠다. 나와 함께.
죽는다면 가장 후회할 만한 것이 무엇일까?
가보지 못한 곳? 해보지 못한 일? 결혼? 효도? 딱히 아니었다. 무언가 생각나는 게 없었다. 그냥 이렇게 죽으면 죽는 구나. 할 정도로. 그래도 죽음은 무서웠다. 내일이 없다는 게 무서웠다. 왜 희망이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라고 하는 지 알 것 같았다.
다행히 아침에 눈 뜨고, 일어나 아침을 먹고 나갈 채비를 한다. 어느새 죽음은 사라졌다. 아니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내 뒤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