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어디, 나는 누구, 종잡을 수 없는 수강명령 청소년과의 3일
학생 시절 누구보다 모범생(?)으로 살아왔던 본인은 불량, 비행과는 멀다고 자부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과 나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불똥이나 티지 않도록 멀리 있자. 라는 다소 비겁한 마음으로 학창시절을 보냈다. 어찌하여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또 청소년과 적성이 맞아 관련 직종을 찾았는 데 어느새 비행 청소년, 불량 청소년과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가 되버렸다.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에 입사 한 지 3주가 막 지난 뒤 보호관찰 청소년을 대상으로 3일 하루 4시간씩 12시간 교육을 하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기존 직장에서 보호처분 아동과 생활을 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알겠다 잘 할 수 있다. 라는 이야기를 술술 내뺕었다. 그러나 내 생각과 다르게 그곳은 아수라장이었다.
떠드는 아이, 책상위에서 자는 아이, 여자아이를 끌어안고 있는 남자아이 등 아, 이곳은 진정 어딘가.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휴.) 아무래도 첫인상은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나갈지 이정표가 되기 때문에 무섭게 나갈까, 편안하게 나갈까 고민이 되었다. 아무래도 수강명령을 받고 온 친구들이기 때문에 권위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편안하게 나가기로 했다.(원래 편안함이 나의 특기라고 늘 생각했다)
"애들아 안녕?, 아까 슈퍼마켓에서 본 친구도 보이네! 만나서 반가워"
이렇게 인사를 했어야 됐는 데, 내 목소리가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파묻혀 들리지 않았다.
더 큰 목소리로 " 애! 들! 아! 안녕?"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쫑긋 귀를 기울였다. 귀를 기운인건 좋았는 데 그 다음 수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선생님은 누구세요? 간식은 없나요? 뭐해요? 등등 궁금한 것이 많은 친구들이었다.
선생님은 앞으로 3일 동안 친구들과 폭력예방 교육을 실시할 선생님이야~ 이렇게 말하는 데 이미 내 말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어쩌겠냐. 좋든 싫든 3일을 함께 갈 친구들이니.
먼저 간단하게 내 소개를 했다. 선생님은 이런 사람이야. 멋드러지게 만들어온 ppt자료를 보여주며 나를 과시했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니었던 거 같다. 왜냐면 크게 관심이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고, 말을 들어주는 아이 몇이 보였다(물론 장난끼가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그래 기훈아(가명) 넌 몇살이야?, 자신을 20살로 밝힌 기훈이는 폭력과 관련하여 수강명령이 떨어진 친구였다. 수강을 듣는 아이들 보다 나이가 많은 기훈이는 아버지 일을 도와주며 군대 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기훈이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옆에 있는 지은이(가명)에게 관심을 보였다. 어린 아이들이 괜히 좋아하는 아이에게 시비 거는 그런 모습말이다. 현재 기훈이는 여자친구가 있는 데 옆에 있는 지은이가 관심이 가는 모양이다. 그리고 3일 교육 후 둘은 연애를 시작했다(청소년들을 만나다 보면 제일 신기한 부분이다. 친구의 여친과도 사귀고, 헤어지고 만나기가 순식간이다)
교육은 산으로도 가고, 바다로도 갔다. 이렇게 교육이 어려운 일이었다니 나 자신에게 놀랐다.
교육 가운데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경청하였는 데 그 중 문제로 보이는 것이 한 두가지있었다.
첫째는 보호자와의 관계였다. 그 중 준엽이가 한 말이 기억이 남는다.
준엽이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부모 밑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누나는 일본의 명문대학에 입학을 했고, 6개어를 할 정도로 뛰어나다고 했다. 자신은 영국으로 유학을 보내질꺼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준엽이는 부모님의 얼굴을 볼 시간이 없다고 한다. 집에 가면 늘 카드와 돈이 있었고 부모님은 늘 바빳다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부모님과 싸웠다는 이야기도 부러워했다. 왜냐하면 부모님과 얼굴을 보기 힘드니 싸울일도 없기 때문이란다. 준엽이는 이제 곧 영국으로 유학을 가는 데, 걱정이 된다고 했다. 거기서 더 나쁜 쪽으로 빠지면 어떻게 하냐고 ...
또 다른 친구의 이야기는 도박과 관련한 이야기였다. 교육을 듣기 전 불법도박 사이트에서 100만원을 잃어버렸다는 준우는 얼굴이 울상이었다. "100만원이나 잃어버렸다니 슬플만 하구나. 그런데 그 큰 돈은 어떻게 구했니? 물어보니 그 돈도 불법도박으로 딴 돈이라고 한다. 옆에 있던 지은이가 한 마디 거든다. "쌤 저는 지난 달에 300만원 딴적있어요!" 아. 그렇구나. 그렇게 쉽게 돈을 땄구나. 근대 그 돈은 어떻게 했니? 또 물어보니 그 다음날 다 잃었다고 한다.
준우는 정말 큰 돈은 잃으면 자살할꺼 같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도 옥상에 올라가 본 적이 있는 데, 막상 뛰어내릴려니 무서워서 뛰어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불법도박 문제가 우리 청소년들 사이에 무섭게 퍼졌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들은 순진하게도 조작이 안되는 게임이 있기 때문에 해도 무방하다는 것이었다.
이 외에도 아이들과 교육 중 이성문제, 폭력문제, 대화문제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그렇게 3일 교육 기간 중 느낀점은 아이들이 외롭겠다는 생각과 사랑받고 싶어한다는 생각이었다. 아이들은 이성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채우길 바랬고, 혼자 있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나에겐 비록 힘든 교육시간이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청소년들을 조금 더 이해 하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