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편지(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by 동동이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약 일년 전 제주에 왔다.

그리고 그때의 감정을 글로 끄적였다.

다시 보기 민망하여 다시 보지 않았으나, 살짝 들여다 본다.

부끄럽고, 부끄럽다.


글을 쓴다는 게 무엇일까, 고민해 본 적이 있다.

내 생각을 끄집어 내어 정리하고, 논리를 맞추어

생각을 전달 하는 수단이 글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절은 글 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사진이 될수도, 춤이 될수도, 그림이 될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글이 가장 쉽게 생각을 전하는 수단이라는 확신을 버리지 않았다.


지난 일년 간 글을 쓰지 않았다.

다시 말해 생각하기를 포기해버렸다.


여행의 핑계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 본다.


하루가 다르게 내가 죽어 간다는 걸 느끼고 싶다.

(내가 죽을 병에 걸린건 아니다)

신체가 늙어 간다는 걸 우리 모두 수치로 느끼게 된다면

죽을 때 아쉬워하며 살진 않을 텐데..


나지막한 오름을 올랐는데

작년에도 이랬던 가 싶을 정도로 체력이 엉망이다.

아직 반도 올라가지 않았는 데 무슨 땀이 이렇게 흘린단 말인가.

그리고 왜 내 숨은 해녀의 숨비소리만큼 값있는 호흡이 되질 못하고

헐떡 거리고 내 모습에 속상했다.


얇은 오름 정상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구름에 가리워진 한라산과 금악오름, 비금도가 보였다.


살면서 어느 정도 지위의 올라갈지 모르나, 높은 자리는 아닐 것이다.

고개를 들면 그 보다 높은 사람들이 언제나 있을 테니깐.

제주에서 제일 높다는 한라산도 구름에 가리워져 내려 오고 있는 태양보다

아래에 있지 않는 가.


생각을 내 뱉는 연습을 조금 더 해야 겠다.

그리고 글을 쓰는 연습은 잊지 않고 실천해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더 푸른 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