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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일기장

길가에 서 있는 엄마

by 동동이

친정엄마랑

소쿠리 들고 밭에 가던 길


길가에 자그만 나무 한 그루

엄마가 말씀하셨다


저거이 감나무여

낭중에 느그들 먹으라고

엄마가 심었응게

이담에 엄마 죽더라도

감이 열리거랑

맘 놓고 따먹도록 햐


참새처럼

말 많던 나

벙어리가 되었다


저 감나무는 이제

감나무가 아니다


길가에 서 있는 엄마다


-동시읽고 울어봤어? 중


어릴 적 엄마와 아빠는 이혼을 하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였지만 "이제 엄마랑 자주 볼 수 없구나" 생각했다. 예상대로 엄마와는 20살이 지난 어느 날 연락이 되었다. 서먹한 엄마와 내가 깊은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가끔 엄마는 "우리 아들 잘 자라줘서 고마워"라며 지그시 슬픔을 뱉어내시곤 했다. 얼마 전 엄마의 김치가 택배로 왔다. 처음으로 엄마에게 김치를 받아 본 것이었다. 다이소에 가서 김치통 3개를 사서 택배 온 김치를 자취방 냉장고에 구깃구깃 넣으며 생각했다. 냉장고에 가득 찬 저 김치는 엄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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