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를 마치고 돌아온 너에게
집을 나서는 아들에게
보람찬 하루라고 말했다
창밖은 봄볕이 묽도록 맑고
그 속으로 피어오르는 삼월처럼 흔들리며
가물거리며 멀어지는 젊음에 대고
아니다 아니다 후회했다
매일이 보람차다면 힘겨워 살 수 있나
행복도 무거워질 때 있으니
맹물 마시듯 의미없는 날도 있어야지
잘 살려고 애쓰지 않는 날도 있어야지
- 심재휘 -
1. 세상엔 세가지 고시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사법고시, 둘째는 행정고시, 셋째는 검정고시(?)이다. 아이들에겐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만큼 중요한 것이 검정고시이다. 2023년 제2차 검정고시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태풍 카눈으로 인해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아이들은 하나, 둘씩 교문을 들어서며 시험장으로 입실하였다.
2. 학업을 중단한 친구들이 검정고시를 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앞 뒤 말이 맞지 않다. 학업을 중단했는 데, 공부를 해야 합격할 수 있는 검정고시를 친다니.. 학업 중단 청소년이 아니라, 학교 중단 청소년이 맞는 말이다.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공부를 그만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대학을 졸업했다고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공부는 학교에서만 배우는 것은 아니다)
3. 검정고시를 치르는 부모들은 두 유형으로 나뉜다. 아니 모든 부모는 두 유형으로 나뉜다. 자녀를 응원하는 부모 혹은 자녀를 원망하는 부모.
4. 자녀를 응원하는 부모는 아이들을 믿는다. 비록 실수가 있고, 넘어진다 해도 언젠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응원해준다. 그러나 자녀를 원망하는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왜 남들 다하는 걸 넌 못하냐",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이 드는 줄 아느냐", 자녀에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인 '나'에게만 집중하는 부모가 원망을 한다.
5. 정해진 길은 없다. 숲길도 있고, 오솔길도 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도 있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길을 어떻게 가느냐다. 한걸음 땔때마다 천근만근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그 길을 갈 수 있겠는 가, 결국 가다가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다. 부모의 역할은 그 걸음을 조금 더 행복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라 자녀가 원하는 길을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6. 검정고시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 얼굴이 울상이다. "아는 문제를 틀렸다." "이 점수로 대학을 못갈꺼 같아서 걱정이다" 등.. 이 시험도 결국 아이들이 걸어가는 하나의 관문에 지나지 않는다. 이 문을 넘어가면 또 다른 문이 열릴것이기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긴 호흡으로 걸어가면 좋겠다. 삶에 의미 있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지만 또한 아무 의미 없이 지나쳐 가는 날도 있어야지 그래야지 짧지 않은 삶을 걸어갈 수 있지 않겠는 가?
7. 당신은 어떤 행복을 원하는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