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길이 좋다 /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음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 이준관 -
1. 길을 잘못들었다. 이놈의 네비는 직진 길도 돌아 가게 한다. 도착예정시간을 보니 5분 이상 늘었다. 한숨만 나온다. 길을 가다보니, 여름꽃들이 색색깔로 자신을 뽐낸다. 눈을 솔깃하며 하며 풍경에 시선을 둔다.
2. 인적도 드문 산길에 수국이 활짝 피었다. 누가 보러 오는 것도 아닌데 자기들끼리 어울려 묵묵히 그 자리에 배경이 된다. 생각지도 못한 경치에 길을 잘못든 네비를 탓(?)한게 미안했다. 고마워 네비야.
3. 산길은 구불구불 돌아간다. 산길뿐만 아니라 물길도 그렇다. 강이 직선으로 가면 범람의 위험이 크지만, 같은 물이라도 구불구불 돌아가면 꽃이 피고, 생명을 기른다.
4. 빠르게 가다보면 목적지에는 금방 도착할 수 있을지라도, 주위 사람들을 다치게 한다. 마냥 목표만 생각하며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까닭일 것이다. 굴곡 없는 사람 이야기는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 그로 인해 얼마간 어려움을 겪고, 후퇴했지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야말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5. 그러니 너무 앞만 보고 살진 말자. 오늘은 구불한 길을 한번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