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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Apr 19. 2024

2007년 4월 시작(캐논 QL17)

시작에 관하여

첫 시작은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대학 입학 후 도서관에서 우연히 본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이상엽, 성남훈 저)'책이었다. 2007년도 아날로그보단 디지털이 대세였다. 그것은 DSLR이 대표주자였다. 휴대폰 카메라 성능이 높아지면서 콤팩트 카메라가 줄어들고 DSLR카메라가 인기를 끌었다. 그런 흐름 속에 당연히 디지털카메라로 가야 했을 텐데, 이 책 한 권을 통해 필름카메라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내 첫 카메라는 캐논의 QL17이었다. 초점방식 레인지파인더, 단렌즈 많은 기능을 가지진 않았지만 초보자가 입문하기에는 부족함 없는 친구였다. 무엇보다 흑백사진에 있어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는 카메라였다. 사실 가난한 대학생이 돈이 얼마나 있겠는가, 저렴하고 이쁘기 때문에 구입했다. 그때 가격으로 7만원 정도 구입했는데 지금은 10~15만 정도선인거 같다. 87년생인 내가 필름카메라를 사용한 적은 없었기에 첫 필름은 실패했다. 필름을 넣고 다 찍어보니 필름이 감겨 있지 않았다는 걸 알았을 땐 세기의 사진을 놓친 것만 같았다. 

그런 실패가 몇 번 연속될 때쯤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있었다. 

SKY 슬라이드식 휴대폰만 사용하던 내가 찍은 첫 필름은 초점도 나가고 감도도 못 맞추었지만 나름의 멋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시절 친구들과 김밥 천국을 자주 갔었다. 추억의 도시락은 우리의 최애 메뉴였다. 
내가 자주 가는 필름현상소는 반월당 분수대 근처 사진관이었다. 그때 현상하고 스캔하는 가격이 2,0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 데, 지금은 6천원 정도하니 크게 오른거 같지는 않다. 물론 필름가격은 10배 이상 올랐지만..
모교회의 모습, 화강암으로 만든 교회의 중후한 멋이 좋아서 자주 카메라에 담았었다. 
17년 전 대구의 모습이다. 그 시절엔 아파트가 많지 않았는 데, 요즘은 어딜가나 아파트로 둘러 싸여 있다. 동네에 살던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 갔을까?
중학교 토요교실에서 자원봉사를 하였다. 그 시절 아이들의 머리는 깻잎모양이었지, 생각해보니 그 친구들이 서른을 훌쩍 넘었구나.
내가 다닌 대학은 대구대학교지만, 대구에 있지 않았다. 1시간 넘는 통학이 힘들어 자퇴를 고민하던 1학년 시절이 지나고 어느새 정든 모교. 하지만 졸업 후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모교.(너무 멀다)
대학 내 병설 유치원이 있었는데, 휴강이 있을 땐 근처 벤치에 앉아 아이들을 구경했었다. 그때 아이들이 너무 귀여웠는데, 어느새 내가 두 아이의 아빠라니.. 믿기지 않는다.
21살의 풋풋한 나.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는 참 어렸고 꿈이 많았다. 처음으로 앞산 정상을 등반한 뒤 혼자 뿌듯해 필름카메라 셀카를 찍어본 나였다. 
미라누나와는 교회부서에서 처음 만나 대학교, 졸업 후. 취업까지 늘 나를 응원하고 힘이되어준 누나였다. 여행을 갈 때 나한테 여행에 보태라고 용돈을 주던 누나였고, 기도로 나를 이끌던 선배였다. 그런 누나가 지금의 내 나이에 하늘로 떠났다. 지금도 가끔 누나가 생각나고 보고싶다. 훗날 만나면 누나에게 제잘제잘 살았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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