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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훗날

시 읽어 주는 동동이

by 동동이

먼 훗날 한소녀가 나를 찾거든

전선으로 떠났다고 전해주오


아무 말 없었냐고 묻거든

고개만 옆으로 저어주오


소녀의 눈에서

눈물이 고이거든

나도 그랬다고 전해주오


- 헤르만 헤세 -


"오빠 나 그 사람하고 헤어졌어"

별안간 후배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후배의 남친은 제 친구이기도 했지요

후배는 슬픈 기색보단 인생에 한 과정을 넘긴 듯

무덤덤하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두 사람이 만나고

그 만남속에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이별을 고했다고 하니

아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참 사람인연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 입니다.

너 아니면 죽을 것 처럼

사랑한다 고백을 하다가도

내일이면 다른 사람의 연인이 되어 있는

드라마틱한 일들이 현실에서도 일어납니다

쉽게 사랑을 하지 못하는 저로선

(누구나 그러하겠지요?)

사람을 사랑할 때 짧게는 일년 길게는

오년 동안 한 사람을 쭈욱 좋아합니다

몇년을 짝사랑한 누나가

어느날 연락이 와서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이미 흘러간 시간안에서 마음의 정리가

완벽히 되었다 생각했는데도

소식을 접하니 나니 왠지 지난날이

후회되는 건 왜 그럴까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영화를 보셨나요?

학창시절부터 좋아한 그 소녀와 주인공은

결국 이루어지진 못하였죠

하지만 모든 사랑이 꼭 이루어진다면

사랑이 아련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을 보면

친구들이 마지막으로 신부에게 뽀뽀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아우성치니 신랑이 나와 먼저 뽀뽀하면 신부에게 뽀뽀할 수 있다 하니 친구들 그런게 어디있냐며 포기합니다 다만

주인공은 지체없이 신랑에게 딥키스를 찐하게 하며

영화의 막이 내립니다


우리 각자에겐 설익은 사랑,

아련한 사랑들이 있지요

먼 훗날 그 사람을 생각 할 때

마음 한 구석이 따스해지는

그런 사랑의 기억을 남기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