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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드는 것

시 읽어 주는 동동이

by 동동이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안 도 현 -


간장게장 좋아하시나요?

개인적으로는 양념게장을 더 좋아하는데요

혹시 이 시를 읽으면 간장게장을

못 먹게 될지도 모르니

조심하셔야 겠네요.


간장게장을 만들 때

맛있게 만들기 위해서 살아있는 꽃게를

넣어 만든다고 합니다.


안도현 시인은 아마 이런 요리의 과정을 보면서

이 시를 지었겠지요?

저로선 생각지도 못한 시라서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 시를 곱씹어 읽다보면

눈물이 맺히게 됩니다.

지난해 세모녀자살사건이 이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숨을 거두기 전 까지 죄송하다던

그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면 눈물이 먼저 납니다.

저희가 죄송합니다..

무엇보다 이 시에선

마지막 말이

맴돕니다.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꽃게라서 다행입니다.

사람이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정말 그러하길.. 바랍니다..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 찰리 채플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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