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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그 사람을 가졌는가?

시 읽어 주는 동동이

by 동동이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고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살아다오'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일려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 가


- 함석현 -


有朋이 自遠方來하니 不亦樂乎아?

벗(朋)이 있어(有)서 먼(遠)곳으로부터

(自) 바야흐로(方) 오니

(來) 또한(亦) 즐겁지(樂) 아니(不)한가(乎)?

친구가 부산에 놀러를 왔습니다.

쏟아지는 비도 친구처럼 반가워

방긋 방긋 웃었습니다.

근 일년만에 만난 친구지만

몇 시간을 떠들었습니다.

참 반가운 친구였습니다.


친구라는 말은 한자로 ‘親舊(친구)’라고 쓰지요.

‘친할 친’에 ‘예 구’이니 ‘예부터 친하게

지내온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예전에는 동무라는 표현도 많이 썼다는 데

유신정권 때 북한에서 동등한

관계를 나타내는 동무를 사용하여 남한은

친구 또는 벗이라는 말을

사용했다고 하네요

삶을 살아가는 데 친구는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은 친구를 잘 못 둬서

빚보증에 앉게 되고,

친구에게 속임을 당해,

죽음에 까지 이른 사람도 있더라고요

반대로 자신을 알아주는 친구를 만나

관중과 포숙의 관포지교는

친구에 대한 대명사가 되었죠.


위 시를 읽다보면 그 사람을 가졌는가 보단

나는 친구에게 저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먼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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