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 주는 동동이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의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의 첫장에 나온 이 시를 읽으면 어릴적 살던 방이 생각납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라고 했던 안도현 시인의 글을 볼 때마다, 어릴 적 좁은 방이 떠올라요. 세 식구가 나란히 누우면 딱 맞던 그 공간에서, 연탄 하나가 우리 가족의 밤과 아침을 책임져 줬거든요. 밤에는 방을 훈훈하게 데워주고, 아침이면 세수할 따뜻한 물도 만들어줬죠. 그때 당시에는 그 연탄의 고마움을 깊이 느끼진 못했어요.
연탄이 다 타고 나면 재가 되잖아요. 집 앞에 모아 두고는 ‘이미 쓸모없는 거니까’ 하는 마음으로 툭툭 발로 차면서 장난처럼 놀았어요. 그런데 시인은 그 연탄재를 함부로 차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나를 따뜻하게 해주던 연탄이, 이제 재가 되었다고 해서 무가치해지는 건 아니었을 텐데 말이죠.
더 놀라웠던 건 그다음 문장,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 부분이 가슴을 콕 찌르는 것 같았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누군가를 위해 정말 뜨겁게 살아본 적이 있었나, 쉽게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나름대로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여겼는데, 정작 누군가에게 온 힘을 다해주진 못한 게 아닐까 싶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아, 나 뜨거운 적 한 번도 없구나’ 하고 끝내고 싶진 않았어요.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연탄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나에게 온기를 나눠줬거든요. 부모님이 추운 겨울에도 내가 얼어붙지 않도록 신경 써주셨고, 친구들이 위로와 격려를 건네줬을 때도 많았고요. 그러니까 사실은 나도 그 따뜻함을 알고, 또 누려왔던 사람이었던 거죠.
이제는 내가 그 온기를 돌려줄 차례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더 마음을 쓰고, 힘이 되어줄 수 있는 행동을 하나씩 늘려가 보면 어떨까 해요. 설령 그게 보잘것없고 작아 보여도, 진심으로 뜨겁게 애쓴다면 분명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거라고 믿어요.
결국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건, “쓰임이 다했다고 해서 하찮게 여기지 말아라”라는 의미 같아요. 이미 다 타버린 연탄재도 한때는 뜨겁게 빛났던 존재처럼, 우리 안에도 숨겨진 온기가 분명 있으니까요. 그리고 언젠가는 그 온기가 재가 될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 싶어요.
그렇게 조금씩, 서로에게 뜨거운 사람이 되어주다 보면, 어쩌면 이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나도 아직 그 과정을 시작하는 중이지만, 적어도 이 질문 하나만큼은 잊지 않고 살려고 해요.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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