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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당신이 산 꼭대기의 소나무가 될 수 없다면

시 읽어 주는 동동이

by 동동이

만일 당신이 산 꼭대기의 소나무가 될 수 없다면

골짜기의 나무가 되라

그러나 골짜기에서 제일가는 나무가 되라


만일 당신이 나무가 될 수 없다면 덤블이 되라

만일 당신이 덤블이 될 수 없다면 풀이 되라

그리고 도로변을 행복하게 하라


만일 당신이 풀이 될 수 없다면 이끼가 되라

그러나 호수에서 가장 생기 찬 이끼가 되라


우리는 다 선장이 될 수 없다

선원도 있어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쓸모있는 존재다

해야 할 큰일이 있다

또한 작은 일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가까이에 있다

만일 당신이 고속도로가 될 수 없다면

오솔길이 되라

만일 당신이 해가 될 수 없다면 별이 되라

승리와 실패가 문제가 아니다

당신의 최선을 다하라


- 정호승 -


나도, 너도, 우리도 모두 쓸모있는 존재

초등학교 시절, 나는 경찰관이 되고 싶었다.
TV 속 경찰들은 범인을 쫓아 온몸을 내던지고, 정의를 지키기 위해 항상 뛰어다녔다.
운동회 때 달리기에서 2등을 하자, 괜히 ‘경찰은 무조건 1등이어야 할 것 같다’는
어린 마음에 그 꿈을 접어버렸다.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사업가가 되고 싶었다.
교과서나 뉴스 속 사업가들은 큰 돈을 벌고, 멋진 슈트를 입고,
성공의 정점을 누리는 듯 보였다.
그런데 법을 어겨서라도 돈을 벌려는 일부 사례들을 보면서,
내가 그 세계를 잘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결국 사업가의 꿈도 포기하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꿈 자체가 ‘취업’이 되어버렸다.
“소위 잘나가는 직장에만 입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하지만 그런 자리가 아니라도 상관없어 보였다.
어디든 속해서,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는 그렇게 새로운 목표를 삼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 무렵, 정호승 시인의 「만일 당신이 산 꼭대기의 소나무가 될 수 없다면」을 읽었다.
“만일 당신이 산 꼭대기의 소나무가 될 수 없다면 골짜기의 소나무가 되라.
골짜기의 소나무가 될 수 없다면 들판의 소나무가 되라.”
이 구절을 처음 접했을 때, 가슴이 조금 뻐근해졌다.


‘소나무가 안 되면 나무, 나무가 안 되면 덤불, 그래도 안 되면 풀이 되라’
고 말하는 시인의 목소리가 내 안의 불안을 일깨우는 듯했다.

어쩌면 우리는 어릴 적부터 “제일 커야 한다”, “가장 잘해야 한다”는
소리를 너무 자주 들어왔을지도 모른다.


성적이면 성적, 승진이면 승진, 스펙이면 스펙…
어딜 가나 ‘최고’ 혹은 ‘1등’에 열광하는 사회이기에,
자신이 조금만 뒤처지는 것 같으면 금방 마음 한쪽이 초라해지곤 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누구나 쓸모있는 존재다.”
이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예전에는 당연하게만 느꼈던 이 문장이,
지금 나에게는 너무나도 간절하고 따뜻하게 다가온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의 눈에는,
“대기업에 안 되면 공무원, 공무원도 안 되면 중소기업”처럼
‘차선책’으로 전락하는 듯한 구절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시가 말하고자 하는 건,
결코 현실적인 타협만을 종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너의 자리가 어디든, 그 안에서도 얼마든지 빛날 수 있다”는 메시지에 가깝다.

나 자신을 돌아보면,
경찰이 되지 못했다고 해서,
사업가를 그만두었다고 해서,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게 아니었다.


친구가 힘들어할 때 곁에서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家族을 위해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작은 행복을 찾아가기도 하고,
하루하루 이력서를 쓰면서 나를 갈고닦는 과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가치 있는 역할”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아직 나를 알아보지 못한 세상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특히나 큰 울림을 준다.


우리는 종종 “취업에 실패했다” “스펙이 모자란다”면서
자신을 탓하거나 세상을 원망하곤 한다.
하지만 세상은 너무나도 넓고,
내가 가지 않은 길, 내 잠재력을 보여줄 기회가
분명히 어딘가에 남아 있을 수 있다.
지금 당장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내 존엄이나 가치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사실 ‘성공’과 ‘실패’라는 단어는
우리가 살아가며 만나는 수많은 장면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성공했다고 해서 꼭 행복한 건 아니고,
실패했다고 해서 삶 전체가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시가 말해주듯,
“만일 당신이 산 꼭대기의 소나무가 될 수 없다면,
골짜기의 소나무가 되라.”
비록 산 정상은 아닐지라도,
그 골짜기 속에서 소나무처럼 푸르른 기상을 뽐낼 수 있다면
그것도 충분히 멋진 삶이 아닐까.

이런 마음으로 돌아보니,
작은 것들에 감사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달리기 1등이 아니어도,
나는 누구보다 기쁘게 운동장을 달릴 수 있었다.
큰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정직하게 일하며 만족을 찾는다면
그게 곧 나만의 성공이다.


언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꿈이 바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어제는 경찰관이었고,
오늘은 사업가였고,
지금은 그냥 ‘취업’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괜찮다.
그 길 위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
바로 그 태도가 우리의 가치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무 서두르지 말고,
자신을 다그치기보다는 잘 돌봐주자.
설령 지금 나의 꿈이 크게 빛나지 않아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주 다른 형태의 열매가 자라고 있을지 모른다.

“소나무가 되지 못하면,
덤불이 되고,
그래도 안 되면 풀이 되라.”

이 말처럼,
나도. 너도.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조그만 빛을 내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누군가를 위한 ‘소중한 쓸모’를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가장 아름다운 이유가 아닐까.

“나는 이미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었다.”
언젠가, 우리 모두가 이 사실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게 될 날이 오리라 믿는다.


글을 마치며
경찰도, 사업가도, 혹은 무언가를 아직 찾지 못한 사람도,
결국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다.
아직 세상이 알아보지 못했을 뿐,
내 안에는 분명히 무언가 빛나는 것이 숨어 있다.
그 빛을 발견하는 길은 각자 다를 수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은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

그러니 조금은 여유롭게,
그리고 따뜻한 시선으로 나를 돌아보고,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그 가능성을 보듬어주자.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
“소나무가 될 수 없으면 골짜기의 나무가 되고,
나무가 될 수 없으면 덤불이 되고,
그래도 안 되면 풀이 되는”
그 누구든 귀한 존재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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