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 주는 동동이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 정 호 승 -
늦은 아점(아침겸 점심)을 먹고 나갈 차비를 했습니다.
오늘이 마감이라는 곳에 취업지원서를 넣기 위해서 말입니다.
짜짓기한 이력서도 다 만들었기 때문에
그냥 제출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발걸음이 그쪽으로 가질 않았습니다.
이놈아 이력서 낼 곳은 저쪽이여,
내 발에게 이야기를 해주어도
듣는 체도 하지 않고
날 어디론가 끌고 갔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몸은
도서관에 와있었습니다.
도서관에는 남녀노소할 것 없이
각가지 형태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휴대폰을 보며 킥킥 대는 아저씨와
책을 찟어버릴 듯 열중 하는 중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들 중 한 자리를 발견하고
의자를 땡겨 자리 앉았습니다.
나이가 벌써 서른인데
아직도 도서관 책상 앞에 앉아 있다는 게
서글픈거 같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내 잡념을 떨쳐버렸습니다.
아마 난 평생 도서관 책상을 떠나지 못할
운명이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죠.
대학교 시절 2년 간 일을 했던 곳이
학교 도서관이었습니다.
몇달은 로비에서 책대여를 맡았고
또 몇달은 책정리를 맡기도 하였죠
1층 로비에서 일할 땐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추웠지만
(뭐 당연한 이야기인가요?ㅎ)
짬짬이 책을 읽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아마 뻥 조금 보태서(진짜 쪼금)
그때 읽은 책이 500권은
넘었을 테니 저에겐 돈도 벌고 지혜도 쌓는
그런 일이었습니다.
책 대출을 하다보니 재밌는 일이 많았습니다.
첫째로 도서관에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눈이 쾡한 한 젊은이는 짬짬이 도서관에 와서
책상에 앉아 1시간씩 자고 갑니다.
또 어떤 넉넉한 풍체의 소유자는 무협지와 덕후만화를
10권씩 매일 빌려 가기도 했지요
(그 사람은 다독왕으로 도서상품권도 받아갔답니다)
돌이켜 보면 전 그때가 가장 행복했습니다.
책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느끼고,
미래를 상상 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깐요
그런 도서관에 서른이 넘어 가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아마 곧 도서관에 갈 일도 줄어들겠죠.
아쉬워 하는 저에게 도서관은
이렇게 말하겠죠.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