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쩌면 좋지

시 읽어 주는 동동이

by 동동이

자다가 눈을 떴어

방안에 온통 네 생각만 떠다녀

생각을 내 보내려고 창문을 열었어

그런데

창문 밖에 있던 네 생각들이

오히려 밀고 들어오는 거야

어쩌면 좋지


- 윤 보 영 -


저녁을 거하게 먹은 탓인지

아니면 -10도가 넘는 한파속에

집이 따뜻해서 인지

그것도 아니면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던 탓인지

저녁잠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어느새 새벽 2시입니다.


깜빡하고 못한 양치질을 하고

물도 벌컥벌컥 들이켰어요

지금도 살짝 잠은 오는데 갑자기

시가 고픈 건 왜 그런 걸까요?


방안에 떠다니고 있는 생각을 글로 적어봅니다.

Q. 삶에 가장 큰 질문은 무엇일까?

A. 지금-여기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질문 없이 삶을 살아갈 때가 더 많다는 걸

어렴풋이 깨닫게 됩니다.

가끔은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나는 누구인가

이런 멜랑꼴리 한 질문만이 아니라

오늘 저녁은 라면을 먹을까 밥을 먹을까

라면을 먹으면 어떤 라면을 먹을까

삼양라면, 진라면, 컵라면, 짜장라면, 비빔라면 등등

반찬은 무엇으로 먹을까

김치, 고기, 오이, 마늘쫑 등등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것

하루에 수백번 혹은 수천번

(수천번은 과한가요?)

선택에 기로에 놓여있지요


때론 작은 선택이 인생을 영원히 바꾸어버릴

선택일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Q. 새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A. 한 마지기 땅을 일구는 농사꾼


왜 농사꾼이냐고

네가 농사를 아냐고

혼을 내시면 뭐라 할 말은 없어요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쌀 한톨 귀함도 군대에서 배웠지요

그래서 농부님들의 눈물을

다 알진 못합니다.

그래도 다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농사꾼이 되어보고 싶어요

어불성설처럼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새벽녘에 깽이 하나 들고

기름진 땅에

고추도 쫌 심고,

벼도 쫌 심고,

딸기랑 수박도 심어

추수를 하면

반은 팔고

또 반에 반은 가족이 먹고

남은 반에 반은 배고픈 이웃에게

나누어주는 농사꾼이 되고 싶어요


시인처럼

방안에 가득 차 있는 생각들을

내보내려고 창문을 열었습니다.


창밖에 있던 한파가 밀고 들어옵니다.

아. 어쩌면 좋지.

매거진의 이전글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