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 주는 동동이
광온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이네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
- 용광로에 빠져 사망한 청년 기사 댓글 -
오늘은 인터넷 기사에 남겨진
댓글을 가져왔습니다.
사실 시라는 것이 뭐 별게 있겠습니까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으면
모든게 시(詩)가 되는 것 아닐까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 하나하나를
다시 복기하다 보면
눈시울이 붉어질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 많지만 금세 잊혀
가기만 합니다.
위 사건도 비슷합니다.
제철소 사고 발생 빈도는 한 해
10명 이상이 사망할 정도로
많이 발생하지만
금방 잊혀 버리고 맙니다.
위 사건도 그렇게 잊힐뻔했지만
댓글 하나로 이슈화된 것이지요
우린 언제부터 댓글을 쓰게 된 것일까요?
익명성이 보장된 공강에서 우리가 쓰는
댓글은 가면을 벗어버린 참 얼굴이 아닐까
싶습니다.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글에는
어김없이 댓글이 쏟아져 나옵니다.
대부분은 이치에 맞는 댓글이 쓰이지만
열에 하나 정도는 인격모독이나 편향된
자기 논리만을 주장하죠
그런 댓글 속에 이런 조시(弔詩)가 있다는 게
참 다행스럽습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부족한 나 대신
이야기 해 줄 사람이 있다는 게
말입니다.
한파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들 춥다고 이불속에 누워 폰을
보시고 있으시다면
세상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는
댓글 하나 남겨보는 건 어떨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