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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나서

시 읽어 주는 동동이

by 동동이

생각이 나서


난 이말을 참 좋아해요


왜 전화했어? 용건이 뭐야? 왜 주는 건데?

이렇게 물어보는 데


-생각이 나서 전화했어.

-오늘은 세 번 생각이 나서 문자 보내요.

-네 생각이 나서 샀어.

이런 대답이 돌아오면


따뜻하고 부드러워져요

갑자기, 온 세상이.


수가 몰래 놓고 간 딸기맛, 비타민C,

여리가 주고 간 헤어 에센스와

색색 가지 초들,

양이 갑자기 싸 들고 온 밑반찬들,

티가 보내준 앨범과 사진,

누군가가 슬쩍 밀어놓고 간 마음 한 조각


- 황 경 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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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 그런걸까요?

잠자리에 들면 자꾸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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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 복권이 10억에 당첨되면 어떻하지?

먼저 집을 사야 될까?

사업을 시작해 볼까?

복권 당첨자들 다수가 불행해졌다는 데

큰 돈이 생기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한 일억정도만 당첨되면 행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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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결혼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결혼은 사랑이 우선일까,

경제적 준비가 우선일까?


발표준비를 해야되는데 언제 준비를 하지?

발표를 하게 되면 어떤 순서로 발표를 할까?

재미있는 인사를 먼저 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감동적인 예화를 먼저 말할까?


벌써 설 연휴가 다 끝나가는데

나는 언제 다시 일을 시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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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잠은 도망가고,

속이 답답해지네요.

그리고

글로 써 보니 알겠네요

속이 답답한 이유는 늘 저만을 위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네요.


내 생각이 누군가를 위한 생각으로

바꾸어지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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