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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보는 밤

시 읽어 주는 동동이

by 동동이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이옵기에―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 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던

길이 그대로 비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 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 윤 동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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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간 고향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가는 길 밤하늘을 바라보아도

별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고향에서 면접을 보고 왔습니다.

딱딱한 질문과 정해진 답변을

다 토해내니

나를 속인 것 같고

다른 한편으론

인위적 희망을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으나

합격자 발표에는 함께 시험을 치른

전우의 이름이 걸려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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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에 한 기도가 생각났습니다.

"하나님 면접을 보았습니다.

제가 되게 해달라는 기도는 너무

이기적인 것 같습니다.

그 직무를 잘 수행하여

도움이 더 될 수 있는 사람이

합격하게 해주세요"


기도응답을 받은 것일까요?

비록 떨어졌지만

마음 한구석이 평안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편안과 평안은 참 다른 것 같습니다.

예전엔 편안한 삶을 추구했지만

요새는 평안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 비록 밤하늘에

별은 보이지 않았지만

내 좁은 방안에 형광등 불빛이

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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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준비를 해야겠지요

하지만 마음은 평안합니다.

일이란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것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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