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는 잘 맞는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내 자신을 위해 싫으면 억지로 맞춰주지 말자

by 애론

지난주 지인들과 술자리를 했다. 예전에 같은 회사 동료들이었으니, OB모임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오랜만에 만나서 서로 지낸 얘기들을 하다가, 한 친구가 얼마 전 소개팅을 한 얘기를 했다. 처음 소개받고 시작된 연락부터, 소개팅 자리, 이후 조심스런 거절까지 일련의 이야기들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어 보니, 처음 소개를 받기로 결정하고 연락처를 전해받은 이후에, 소개팅 하기 전까지 너무나 많은 톡과 전화를 상대방이 해댔고(?), 만나서도 그다지 좋지않은 느낌이 있었지만, 주선자와의 관계를 생각해서 예의바르게 행동하고, 저녁도 잠깐 자리를 비운사이에 먼저 계산을 하고 깔끔하게 마쳤다고 한다. 이후에도 너무 앞서가는 상대방에 애둘러 인연이 아님을 표현했으나, 결국 상대방이 이해을 못해 명확하게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고.


이 스토리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개팅이 안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스토리는 그 디테일과 함께 그 자리에서는 매우 재밌는 이야기였지만, 그 내용중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었다.


"가장 어이없었던건 그 분이 저보고 '우리 너무 잘 맞는다'고 하는거였어요. 저는 전혀 그런 교감이 없었거든요. 근데, 생각해보면 지나간 사람들이 항상 저랑 잘 맞는다고 얘길 하는것 같아요."


뭐지? 서로 교감이 없었는데, 잘맞는다고 착각을 할 수도 있나? 얘기해보면 다 티날텐데?


이 친구는 상대방의 환심을 사려 굳이 노력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오히려 수려한 외모(길가다 사람들이 돌아볼 정도로)를 지녀서 상대방이 더 환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 많다.


저 자리에서 우리끼리 내린 결론은, 결국 '우리의 사회성에 의한 학습된 예의가, 그 선의를 넘어 과도함을 갖고 상대방에게 오해를 준 것이다'였다. 결국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그 안에서도 어느정도 사회생활을 많이 겪은 직장인이기에, 각자 단련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갖고 있었고, 긴 시간을 갖고 체득한 이 스킬이, 지극히 개인적인 소개팅 자리에서, 그 불편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연스레 나왔으리라.


이러한 사회적 리액션은 많은 인간관계를 유려하게 해준다(잘 맞는다고 오해를 주는?)는 장점을 갖는다. 하지만 나의 마음을 정반대로 표시할 수도 있는 단점이 있다. 내 감정을 내가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 그것만큼 내 자신에게 미안한 것도 없을 것 같다. 나는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많은 세월 체득한 이 스킬(?)을 일상생활에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업무평가때마다, 혹은 사람들이 나를 논할때, 커뮤니케이션이 좋다라는 피드백이 매우 많았다. 그럴때마다, 내 자신이 진짜 그런가하고 의심을 하다가도, 그런 평가를 받느라 얼마나 속이 탔을까 내 자신을 측은히 여기게 되었다. 과연 나는 얼마나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했을까? 바로 내 마음을 표현하기도록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내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며칠 후에, 문득 그 친구의 얘기가 다시한번 떠올라 내가 잘맞는다고 느꼈던 사람들을 생각해보았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잘 맞는 사람이 있다는것을 그들을 통해 많이 느꼈었기에, 아직도 그 오해가 재밌었다. 그러다가 등에 식은땀이 나면서 드는 생각.


"내가 지금까지 잘 맞는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저친구와 같은 생각이었던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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