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맞는 사이라는 오해는 결국 나로 인한 것이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우리들의 욕구

by 애론

일전의 그 '길 가다 뒤돌아보는 수려한' 친구를 다시 만났다.

("사실 우리는 잘 맞는 사이가 아니었습니다."의 주인공이다.)

간단한 저녁 술자리 모임이었는데, 자연스레 대화의 주제가 내 브런치 글이 되었다.


당시에 그 글을 쓸 때에, 그녀를 주제로 글을 써야 했기에 미리 양해를 구했었다.

"내가 글쓰기 취미를 새로 시작했는데, 그때 했던 얘기가 괜찮아서 혹시 이 글을 올려도 될까?"

생각이 사라지기 전에 바로 글을 써서 정리를 해놓은 상태에서 그녀에게 글을 전달했다. 이미 그녀의 쿨한 성격을 잘 알고 있기에, 쉽게 허락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역시나 그녀도 흔쾌히 오케이를 했다.

사실 내 브런치가 구독자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권유하거나 그런 민망한 행동을 할만한 성격도 못돼서, 올려도 많이 안 볼 거라고 넌지시 얘기를 해줬었고, 그녀도 부담 없이 허락해줬던 것 같다.

근데 웬걸? 평소에 하루에 15~20명 읽으면 많이 읽는 그 글에 갑자기 하루에 몇백 명이 몰려 읽기 시작했다. 슬슬 마음이 불안해져서, 그녀에게 조심스레 "당신 주제로 쓴 글, 난리났어" 전해줬다. 그녀도 이러한 현상을 신기해하면서 웃으면서 넘어갔다.


이후 그녀들의 지인들에게도 이 글은 일정 부분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그냥 아는 사람이 본인을 주제로 글을 썼다로 끝났을 얘기지만, 폭발적인 조회수(개인적인 기준으로)를 기록한 탓에 흥미로운 주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그때의 상황에 대하여 지인들이 분석을 해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래와 같은 얘기를 했다고.

"근데 그거, 니가 사회적인 사람이라 그런게 아니라, 그냥 니가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그런거 아니야?"

엇, 맞다. 잊고 있었다. 관점의 변화.


그녀는 그 얘기를 듣고, 우리가 내렸던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 "사회적으로 체득된 예의에 의하여 상대방이 오해를 갖게된다"에 다시한번 의문을 품게되었고, 또다시 혼란에 빠져 결국은 결론을 내지 못하였다고 한다.

어린 시절, 소개팅을 했던 시절을 기억해보면, 나 역시도 늘 그랬던 것 같다. 소개팅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든 자리에서 가볍고 즐거운 얘기들로 안정적인 분위기를 이끄려고 노력하고, 편안한 표정으로 자리했으며, 항상 그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내가 그렇게 행동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주선한 사람들에 대한 예의? 그래도 그들과 잘해보려고? 아니면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였을까?

사람은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되고싶은 욕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성선설에 의한 본능인 것인지, 후천적으로 학습된 착한사람 컴플렉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 욕구는 상대방이 나를 좋아해주기를 바라는, 비록 내가 그 또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더라도, 그들은 나는 좋아해야한다는 그런 이기적인 생각에서 기인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적어도 나에게는 그 부분이 굉장히 중요했던것 같다. 더 나은 사람이고 싶고, 남들에게도 "그 사람은 인연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괜찮은 사람이었다"라는 평가를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실제로 이러한 욕구는 일상적인 인간 관계에서도 나타났으며, 그들에게 항상 멋진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기를 바라는 내가 되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이전 글에서의, 기존의 체득한 예의가 발동되게 된 데에는 필요에 의한 계기가 있었을 것이다. 결국 그 체득된 예의와 커뮤니케이션 스킬들의 발현은, 그들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봐주었으면 하는 욕구가 계기가 아닐까 한다. 일종의 상대방들에게 주는 "어때? 나 괜찮은 사람이지? 그러니 어서 날 좋아해."라는 시그널이 아니었을까?


비록 그 욕구를 위해 내 자신을 제어하고, 남들에게 싫은소리를 못하고, 내 맘대로 행동하지 못하게 된 부작용이 있었겠지만,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이다라는 평가를 받고싶은 욕구가 더 컸기에, 지금까지 툴툴대긴 했지만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내가 좋아서 한 것이라는 이야기.


어찌되었건, 또 다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지난글에서 결론 내렸던 "사회적으로 체득된 예의에 의하여 상대방이 오해를 갖게된다"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현상을 섣불리 판단하고, 단정지은 것 같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이 또한 완벽한 정답은 아닐 것이다. 여기서 또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관점도 있을 것이다.

다음번 술자리에서 다시 한번 논의를 해봐야 하겠다. 이 주제,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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