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어떤 취미를 갖고 계세요?"

우리는 누구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특별한 취미가 있을까?

by 애론

회사에서 면접관으로 들어갈 때 항상 내가 하는 질문이 있다.


"혹시 어떤 취미를 갖고 계세요?"


개인적으로 삶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더 낮은 생산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말하는 리프레시. 회사에서 일할 때는 일 생각을 하고, 퇴근 후에는 본인의 삶과 즐거움을 추구하여 이른바 새로고침 상태가 되면 더 힘이 나고 아이디어도 샘솟는다는, 사실은 뻔한 생각이다.


회사에서 일하고, 집에서도 일에 대한 고민을 한다? 고전적 경영진의 시각에서 본다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겠냐만, 현재의 ROI를 중요시하는 시각으로 본다면 쉬는 시간에 충분히 리프레시하고 맑게 깬 정신으로 출근해서 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위에는 고전적이라 표현하였지만, 회사마다 다른 문화에 따른 케이스, 이른바 회바회 일 것이라 생각되지만, 감사하게도 여기는 이러한 워라밸(삶과 일의 밸런스)이 좋은 회사이기에 위와 같은 생각을 몇 년째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즐기는 삶, 리프레시를 위한 장치들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가족, 연애, 친구들과의 관계 등등. (물론, 일하면서 본인을 확인하고 리프레시가 되는 특이한 직장인도 있다!) 그중, 흔히들 많이 갖고 있는 리프레시 장치는 바로 취미 활동이 될 수 있겠다.


그렇기에 나는 면접에 들어가면 그 후보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정신적 리커버리 능력을 보기 위해서 항상 취미를 물어보곤 한다.


이렇게 물어보면 정말 많은 답변이 온다. 등산, 자전거, 스포츠 등등 일반적인 취미에서부터, 종교적 신념을 위한 종교활동, 일을 잘하기 위해 잠을 청한다는 등의 이야기까지 정말 다양한 취미들을 갖고 있다. (아, 참고로 현재까지 '딱히 취미가 없다'는 답변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활동적이고 외향적인 사람, 그리고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사람을 선호하기에, 그들이 얘기하는 그러한 취미들을 보고, 우리 조직과, 또 나와 맞는 부분이 있을지 맞춰보게 된다. 가벼운 질문 같지만 사실 우리 조직과의 궁합을 보는 것이다.




면접 때, 위와 같은 질문을 하면서 때때로 '나에게 누가 그렇게 물어본다면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나에게는 남들에게 '나의 취미는 이것입니다' 하고 시원하게 얘기할 취미가 있을까?


나의 학창 시절 취미는 딱 두 가지였다. 축구와 농구. 아마도 위의 두 가지는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이 학창 시절에 쉽게 가질 수 있는 취미일 것이다.


일단, 무엇보다도 취미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돈이 들지 않았고, 한창 혈기왕성한 나이에 자연스레 서열을 정할 수 있는 전장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친구들과 항상 모이는 학교라는 무대가 있었고, 그 친구들은 또한 학교 인근에 거주하고 있어, 쉬는 날에도 언제든지 모여서 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외에 여학생들의 눈빛도 그 전투가 더욱 격렬해지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운 좋게도, 나는 어느 정도 운동신경을 갖고 있어, 위의 두 가지 종목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전장에서의 승리자. 많은 이들에게 (여학생 포함) 추앙받는, 이른바 스타플레이어. 이런 타이틀에 매료돼서 정말 책도 사서 따로 연습할 정도로 빠졌었던 것 같다.


하지만, 졸업을 하고 대학에 들어가면서, 더 이상 저러한 운동은 취미가 될 수 없었다. 일단 같이 할 사람이 없었다. 예전의 친구들은 바빴고, 나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


새로 만난 대학 친구들과도 위의 운동을 함께하고 싶었으나, 그들은 더 이상 운동을 하지 않았다. 결국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를 찾기 시작했고, 남자 대학생들이 많이 하는 당구를 치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많은 인원이 필요 없었고, 끝난 후에 바로 다른 스케줄 소화가 가능했다. 하지만, 더 이상 나는 사람들의 스타플레이어가 될 수 없었고, 여학생들의 눈빛은 작작 좀 치라는 눈빛으로 변해있었다.


이후 군대를 갔다 오고, (맞다. 군대에서는 다시 빛이 났었지만, 이등병 때 패스 안 하고 골을 넣어서 엄청 혼났었다.) 자연스레 직장인이 되면서, 친구들 모두 바쁜 삶을 살기에, 더 이상의 취미는 없이, 가끔 만나 술자리를 갖는 것을 낙으로 삼으면서, 바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다시 생각해보면, 20~30대의 나의 취미는 이렇다 할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나는 다시 취미를 찾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회사도 몇 번의 이직을 통해 현재의 워라밸이 잘 잡힌 이곳으로 옮겼고, 아이들 또한 많이 자라 24시간 완전 밀착하여 관리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이제는 진짜로 정착해서 즐기고 남들에게도 얘기할만한 취미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 취미를 갖는다는 게 여전히 참 쉽지가 않다. 일단 예전에 했던 축구와 농구는 함께 할 낯선 그룹을 혼자 찾아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또한 가끔 혼자 해보면, 이제 내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를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생각해보면, 예전에 전사 체육 대회할 때, 3점슛을 넣으면 보너스로 4점을 쳐주던 나이가 바로 지금의 내 나이다.)


이후에는 테니스를 배웠었다. 적은 인원으로 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귀족의 스포츠가 아닌가!? 야심차게 라켓을 사고, 실내 아카데미에서 레슨도 들었다. 그러나 이 또한 5개월 하다가 레슨을 종료하면서 자연스레 그만두게 되었다. 결국 함께할 그룹을 찾아야 했는데, 테니스가 귀족의 스포츠지만, 그 귀족들은 다 삼촌뻘의 어르신들이었으므로, 쉽게 어울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 외에도 피트니스 클럽을 다니면서 취미로 삼기를 원했으나, 공을 들고뛰던 나에게 그냥 트레드밀에서 뛰는 건 목적 없는 '얼차려'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건 취미가 될 수 없었고, 지금은 그냥 살 빼기 위한 수단 정도로만 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새롭게 찾은 취미는 브런치 글쓰기이다. 나는 글쓰기 또한 좋아했다. 어렸을 때부터 모든지 잘하는 폼나는 어린이가 되고 싶어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우연찮게 글짓기에 학교 대회에서 입상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폼나는 것을 쫓던 어린이는, 폼 안나는 회사원이 되었고, 나 자신이 아닌 공지와 보고서를 위해 글을 쓰면서 그 관심이 자연스레 휘발되었었다.


그러다가, 올해 브런치라는 것을 발견하였고, 좋아진 세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미미하게나마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음에, 용기를 내서 공지가 아닌 나의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운 좋게도 브런치와 다음페이지의 메인에 올라가면서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하였고, 한동안 지인들과 술자리에 화젯거리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취미도 한동안 하지 못했다. 코로나와 회사의 여러 프로젝트들로 그야말로 최근의 직장생활 중에 최악의 시즌을 보내느라, 이러한 글을 쓸 여력이 없었었다. 하지만 이 얘기는 솔직히 핑계임을 알고 있다. 어쩌면 브런치 또한 나의 취미 찾기 레이더에 들어간 여러 취미들 중 하나였고, 이제는 그 관심이 줄어든 것일 수도 있다.




나의 취미 찾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비록 내가 하나의 취미를 갖고서 지속하기에는 그 꾸준함이 부족하지만, 이러한 취미를 찾는 것은, 무료한 나의 삶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걱정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하나하나 도전해보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누가 나의 취미를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겠다.

"저는 축구와 농구가 취미예요. 그리고 테니스를 배웠고 피트니스 클럽을 가서 운동도 합니다. 틈나는 대로 브런치에 글을 쓰기도 해요. 모두 늘 하는 취미는 아니지만, 언제든지 할 수 있는 나의 특별한 취미입니다."




이번 주에도 두 건의 면접이 있다. 생각해보면 그들의 연차는, 회사일에 치어서 취미를 갖기가 쉽지 않은 한창때의 나와 비슷할 것이다. 솔직한 대화를 위해서라도 그들에게 물어보는 질문을 조금 바꿔보아야 할 것 같다.


"혹시 지금 취미가 있으신가요? 혹 시간 여유가 생긴다면 어떠한 취미를 갖고 싶으신가요?"






P.S 모든 직장인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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