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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씸파파 SYMPAPA Jul 17. 2018

#1. 우리 가족의 '회복탄력성'

"아빠도 이제 어른이 될게 " - 아빠 육아 생각


육아휴직을 시작하고 나는 그동안 집에 사놓고 쌓아 두기만 하고 미처 읽지 못했던 책들을 몰아서 읽기 시작했다. 당분간은 아이에게 가장 가까운 '주양육자'가 되어야 하기에, 우선 아빠인 나부터 내면이 탄탄하고 행복한 사람이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손에 잡은 책은 전 세계를 대표하는 여성 리더이자, 페이스북의 COO인 셰릴 샌드버그의 저서 '옵션B' 였다. 공동 저자인 심리학 박사 애덤 그랜트의 베스트셀러 '오리지널스'도 인상 깊게 읽었던 터라 서점에 가서 바로 짚어 들었던 책이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남편과 사별한 셰릴과 나의 상황적인 공통점(소중한 가족과의 이별이라는 측면에서)과, 그것을 심리적으로 이겨내 가는 과정을 다룬 이 책의 내용이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라는 범주 내에서만 공감할 수 있는지라, 누군가는 나에게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누구나 언젠가는 부모님을 여의게 되어 있고, 모성으로 나를 돌봐주신 어머니도 아부친과의 사별에 지나치게 유난스러운게 아닌가 하는....

하지만 사람들의 그런 시선이 나를 더욱 외롭고 아프게 했다.


그리움, 슬픔, 고통과 같은 사람의 감정이 우유나 두부 같이 마치 '유효기간'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의 기준으로 다른 이의 감정마저 평가하곤 한다. 그리고 때로는 어렵사리 이런 나의 내면의 아픔에 대해 공감받고 싶어 이야기를 꺼내면, 마치 투명인간 취급하듯 못 들은 척 다른 이야기로 급하게 돌리는 경우가 꽤 자주 있었다.
이 책에서는 그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특히 많이 공감했던 부분이다.




 그리움, 슬픔, 고통과 같은 사람의 감정이 우유나 두부 같이 마치 '유효기간'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그렇게 자기 기준으로 다른 이의 감정마저 평가하곤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의 유난스러움(?)은 아버지가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은 이후부터였던 듯하다.


우리 세대의 많은 부자지간의 관계가 그렇듯, 나 역시 우리 집의 절대적 가장이셨던 아버지의 인정에 굶주린 아들이었다. 그만큼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께 칭찬을 받아본 기억이(나름 칭찬받을 짓은 간간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아버지로부터 자식이 아닌 한 명의 남자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결혼'과 '출산'이었던 듯하다. 그리고 암 선고가 있었던 몇 해 전, 20년 넘게 우리 가족들 모두가 부족함 못 느끼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아버지의 가장으로서의 자존심이 많이 다치셨다. 하지만 또 반대로, 이제는 다 키운 아들에게 심리적으로 기대어 보기도 하셨던 것 같다.


술 좋아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자주 술친구가 되어 드리려 했고, 매주 주말이면 혼자 산에 가시는 아버지가 걱정스러워 운동을 핑계로 등산도 따라다니곤 했다. 그러는 동안 거의 30년 만에 아버지와 목욕탕 나들이도 할 수 있었고, 등산 후 막걸리 잔을 나누며 미처 못 들어본 아버지의 지난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사춘기 시절 나 역시 말 잘 듣는 자식은 아니었다. 사업하시는 바쁜 아버지에 대한 원망 같지도 않은 원망도 많이 했고, 철없는 반항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아버지와 함께 한 그때 그 시간을 통해서 우리 부자는 서로에 대한 오해를 많이 풀 수 있었다. 그런 아버지에 대한 나의 '연민'이 우리의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책에서는, 우리는 누구나 부정적인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에 '회복탄력성'의 씨를 심는다고 말한다.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 Martin Seligman은 세 가지 'P'가 역경에 대한 회복을 방해한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는 '개인화 personalization', 자신의 잘못으로 이 역경을 겪게 됐다고 생각하는 것, 둘째'침투성 pervasiveness'으로, 그 사건이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영속성 permanence'으로, 사건의 여파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 역시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그때 아버지가 췌장암 수술을 받도록 하지 않고 자연요법으로 치료를 유도했다면 더 오래 사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이러한 정신적 외상이 삶의 모든 측면에 자기 의심을 퍼뜨려 그로 인한 자신감 상실로 이어졌던 듯하다. 그리고 나의 사회적 성취를 누구보다도 기뻐하셨던 아버지의 부재가 한동안 무엇인지 모를 공허함을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이 책에서는 가족과 사별한 이후의 현실적인 상황과 심리 상태를 공유하고, 심리 전문가의 실질적인 조언을 통해서 내 안의 상처를 위로해주었다.



"아빠 엄마도 나중에 할아버지처럼 아주 나이가 많아져서 하늘나라로 가면 나는 혼자 어떻게 해?"


디즈니 애니메이션 '코코'를 보고 난 후 유독 사후 사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딸이 어느 날 뜬금없이 잠자리에서 한 이야기에 내심 당황했었다. 나 또한 소중한 사람을 잃는 아픔을 겪고 나니, 외동인 우리 아이가 혼자 겪을 이 상실의 아픔을 잘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 안 해본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직접 겪고 보니 그건 형제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여섯 살배기 우리 딸의 손을 꼬옥 잡아주며 나지막이 이렇게 말해주었다.


"딸아. 우리는 누구나 헤어지게 되어 있지만, 헤어짐에 너무 많이 아프지 않도록 지금 열심히 사랑하고 또 감사하면서 보내자~ 사랑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ympapa_aa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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