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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씸파파 SYMPAPA Jul 30. 2018

#4. 오늘은 그만 놀고 집에 가자~ 쫌!!

"아빠도 이제 어른이 될게" - 아빠 육아휴직 에피소드 1

유치원 첫 등원 후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니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왔다. 여느 남자아이들 만큼이나 몸으로 노는 것을 즐기는 씸씸이에게 유치원 하원길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 하나 있다. 그곳은 바로 유치원 앞 놀이터.



팔불출 딸바보 아빠로서 또 하나 대견한 씸씸이의 모습 중 하나는, 처음 보는 또래 아이들에게 말을 거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는 점이다. 그날도 이사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같이 놀 친구 하나 없었지만, 유치원 끝나고 나오는 아이들에게 무작위(?)로 다짜고짜 말을 걸어 같이 놀 친구들을 꽤 여럿 만들어 같이 놀았다.


"몇 살이야?"
"우리 같이 놀래?"


아이들은 금세 깔깔거리고 함께 뛰어다니며 친해졌다. 그리고 나도 은근슬쩍 함께 노는 친구의 어머님이나 할머님들께 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 하지만 놀이터에서 유일한 아빠였기 때문에, 가벼운 인사 끝에 묻어나는 미묘한 어색함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내 입장에서는 묻지도 않는 분들에게 '육아휴직한 아빠입니다.'라고 먼저 이야기하기도 어색했고, 내 생각에는 그분들도 분명 궁금했을 텐데 초면에 혹여 실례가 될까 싶어 묻지 않는 듯한 눈치였다.


 

그렇게 씸씸이는 항상 유치원이 끝나면 바로 앞 놀이터로 질주했고, 미세먼지 없는 날씨 좋은 날이면 더 많은 아이들이 함께 했다.
하지만 육아 초보인 아빠는 놀이터에서도 어김없이 육아휴직의 환상과 현실의 괴리를 몸으로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 나는 아이들을 놀이터에서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풀어(?) 놓으면, 살랑살랑 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나무 그늘 밑 벤치에 앉아서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역시 현실은 달랐다.


아이들은 벤치에 엉덩이를 붙일만하면 그네 밀어달라고 소리 지르고, 시소는 세게 눌러줘야 재밌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뛰어놀다가 넘어지거나 부딪혀서 울고, 아직 어려 서로 의사소통이 원활치 못하다 보니 티격태격하다가 울면서 아빠나 엄마, 할머니를 불러댔다.


나는 가급적이면 무엇이든지 아이들끼리 해결했으면 싶어 어느 날은 꿋꿋이 벤치에 자리 잡고 앉아 책만 읽으리라 마음먹고 벤치 깊숙이 엉덩이를 밀어 넣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날도 아이들이 불러대는 통에 할머님이나 어머님들이 움직이시게 되었다. 그러면 우리 아이도 타고 있고, 그곳에서는 상대적으로 힘이 센 유일한 아빠이기에 모른 척 가만히 여유롭게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미세먼지 없는 맑은 날씨에 친구들과 즐겁게 뛰어노는 씸씸이를 보는 일은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시간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항상 아기처럼만 보였던 아이가 또래 친구들을 설득해서 놀이를 주도하고, 때로는 자기 것을 양보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잘 크고 있구나 싶어 대견스럽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부모로서 지금 무엇을 도와줘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항상 아기처럼만 보였던 아이가 또래 친구들을 설득해서 놀이를 주도하고, 때로는 자기 것을 양보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잘 크고 있구나 싶어 대견스럽기도 했다.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가 헤어져야 하는 시간은 언제나 아쉽다. 하지만 엄마의 퇴근 시간에 맞춰 저녁 식사를 준비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 씸씸이를 꼬시는 일은 또 하나의 쉽지 않은 일상의 관문 중 하다. 좋아하는 음식으로 회유도 해보고, 다소 강하게 이야기도 해봤지만 잘 먹히질 않아 땀이 삐질삐질 나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한 가지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핸드폰 알람을 맞춰놓고 씸씸이와 약속을 하는 것이다.


"6시에 핸드폰 알람 울리면 집에 가는 거야. 1시간만 놀고 집에 가서 밥 먹어야 해. 약속!!"


약속은 칼같이 지키는 아이들이기에 내 휴대폰 알람이 울리면 씸씸이와 친구들은 모두 집으로 가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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