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씸씸이 유치원 가방 속에서 다음 주 활동내역이 적힌 유치원 '공지사항' 유인물을 펼쳐본다.
"다음 주 화요일에는 시장놀이하네~ 어, 그런데 학부모 자원봉사자 신청을 받는구나~"
얼마 전에도 학부모 참관수업이 있어서 아빠만 잠깐 유치원 교실에 들렀을때 씸씸이의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난 이후로 채 몇 주 지나지 않은 때의 일이었다. 그 날 이후로 앞으로 육아휴직 기간 동안 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행사는 무엇이든 참석하겠노라고 호언장담했었다.
약속을 했으니 신청을 하긴 해야 하겠는데 선뜻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래도 좋아할 씸씸이의 얼굴을 생각하고 용기를 내어서 겨우겨우 자원한다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역시나 며칠 후 유치원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버님~ 아빠가 도와주시면 하는 일이 마침 있는데 이렇게 신청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
그리고 며칠 후, 시장놀이 자원봉사 신청한 학부모들이 모이는 사전모임이 있어 참석을 했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아빠는 나 혼자 뿐이었다. 정작 나는 예상을 해서 그리 놀라지는 않았는데, 나보다 놀란 것은 미리 와 계시던 엄마들인 듯했다. 엄마들만의 목소리로 가득 채워진 시끌벅적한 방 문 앞에 갑자기 곰 같은 (아내는 나를 백곰 같다고 놀린다.) 남자가 불쑥 들어오니 흠칫 놀라는 눈치들이었다. 놀라긴 했는데 티를 내기는 뭐한 그런 어색하고 미묘한 분위기,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최근에 이사한 동네의 유치원이기도 했고, 안면 있는 분도 따로 없어서 그냥 남는 자리에 앉았다. 어색하지 않게, 애써 의연하게 아동용 의자에 큰 아저씨 궁둥이를 안착시켰지만 어쩔 수 없이 많-이 어.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