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차
2달 만에 메소드연기워크숍에 참여했다. 2달 전까지 꿈, 나의 박물관, 그를 처음 만난날, 그와 싸운날, 버킷리스트, 등 부터 고2학창시절까지 15가지의 정서 훈련을 마쳤고, 고3학창시절을 할 차례였다. 고3 학교 시절은 솔직히 하나도 기억 안난다. 하지만 이 훈련을 기억력이 좋고 안좋고가 중요하다거나 그 시절을 얼마나 비슷하게 '그대로' 똑같이 따라하는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찰나의 한순간만 기억나도 좋다. 그 순간을 갖고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다.
난 고3때하면 광진정보도서관이 떠오른다. 한강변에 있어서 경치는 좋았지만 내 마음은 평화롭지 못했다. 종종 한강변에 나와 pmp(맞나?)를 들고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뛰거나 산책했다. 너무 오래 산책하다보면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으쓱한 곳과 하수구 냄새가 진동하곤 했다.
매일 비슷한 자리에 앉아서 그런지 맨날 보는 사람만 봤다. 각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일 도서관을 다니는 사람들이었다. 그 중 난 2명이 기억에 남는데, 한명은 굉장히 내 스타일의 남자 한명이고(그가 매일 쓰던 남색 모자, 호피무늬의 가방, 그리고 전화통화할 때 입가의 미소까지 생생하다) 다른 한명은 매일 같은 빨간 티셔츠를 입고 다니던 20대 후반 고시생 남자였다. 그는 마르고 안경끼고 한숨 푹푹 쉬며 두꺼운 책을 열심히 파는 모습이 선명했다. 난 1년간 그가 단한번도 입을 열거나 표정 변화를 본적이 없었다. 마치 저자 손원평의 소설 <아몬드>의 주인공 윤재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도 감정이 있었을까? 난 한참 바라보곤 했었다.
이번 정서 훈련에서, 난 그 시절을 다시 살았다. 엑서사이즈 독백 '오필리어'의 절반은 완벽하게 암기했기에 대사 생각안해도 술술 나왔다. 고3시절을 다시 살아보니, 나의 이상형의 그 남자는 단 한번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자꾸만 그 고시생이 눈에 밟혔다. 사라지지 않았다. 바닥에 쌓여놓은 책, 그가 쓰던 샤프, 그리고 그 무표정이 내 앞에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난 말도 걸었다. 분명 그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었을 텐데(설마 정말 <아몬드>의 윤재같은 사람은 아니었겠지 ㅋㅋ) 누군가가 따뜻한 말 한마디 해줬으면 하지 않았을까? 커피 한잔이라도 나눠 마신다거나 말이다. 난 엑서사이즈 할 때 그에게 다가서서 "오늘은 이제 그만 들어가서 쉬세요"라고 말을 건넸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사람은 그냥 눈물 나지 않고 '무언가', 어떤 이미지가 눈물을 나게 한다. 우리는 눈물이 나는 이미지와 눈물이 안나는 이미지로 나눠져있다. 어떤 이미지가 나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느냐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 훈련이다. 그런 이미지 없이 우는 척하는 것은 연기가 아니라 거짓말이다(연기는 거짓이 아니라 진짜다.) 어떤 이미지를 봤을 때 눈물이 흐르는 반응이 일어나야 하는데 만일 눈물이 안난다면, 그건 내 몸에 있는 긴장 때문이다. 긴장을 없애면 눈물이 날 수 있다.
눈물이 난다는 것은, 그 이미지가 내 몸과 마음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미지에 동한다는 것. 그런 이미지는 나에게 중요한 이미지다. 물론 나중에는 그 이미지가 나에게 자극을 주지 못해 눈물이 안날 수도 있긴하다. 어쨌든, 특정 이미지를 봤을 때 내 몸과 마음이 동하게 스스로 내버려 두는 것, 내맡기는 것, 그것이 훈련이다. "
-선생님 말씀
<다음 시간 엑서사이즈>
그 친구가 되어서 나를 대하는 것. 같이 놀고 먹고 공부하고...뭐가 되었든 나를 상대하는 것.
친구가 즐겨하는 말이 있으면 엑서사이즈 독백 사이에 섞어 내도 된다.
그 친구처럼 말하고 행동하려고 한다. 똑같이 되었다, 아니다 신경쓰지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