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명배우의 연기 수업
첫 카메라 연기 후.....
아무런 지도 없이, 인생 처음으로 카메라 연기를 해봤다.
직장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몇 명 팀을 꾸려 3분 짜리 짧은 영상 제작을 시도해본 것이다.
난 그제서야 깨달았다. 영화 연기는 무대 연기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
영화 배우들은 정말 대단하다.
난 여태 연극을 더 좋아했다.
연극은 관객이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완전 다른 작품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관객과 배우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반드시 있어야만 완성되는 예술이다. 그래서 감독의 시선이 지배적인 영화와 달리 연극을 "진짜 예술"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연극은 배우들의 연기가 다소 못해도 다른 배우들로 조금은 커버가 가능하고,
그 전날 밤 잠을 설쳐서 몽롱해도 눈빛에서 크게 티가 안난다. (물론 내가 뭘 모르고 하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영화 연기는 절대 아니다.
미세한 눈동자의 흔들림과 작은 고개짓, 손짓 모두 카메라한테 잡히고 만다.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내 모습을 카메라로 보는 순간, 벌거벗은 느낌이 들었다.
대사가 조금 헷갈려서 눈을 위로 치켜 뜨는 순간 너무나도 티가 났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말을 0.1초 더듬거렸는데 그 찰나의 순간 때문에 그 장면을 편집했었어야 했다.
연습 부족이라는 나의 불성실함이 폭로되었다.
배우는 미친듯이 성실해야 하며 부지런해야 하는 것 같다.
난 강남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며 상위권 대학을 졸업하면서 수많은 공부 범생이들로부터 둘러싸며 자라왔다.
그러나 배우 만큼 성실하지 않은 것 같다.
몇달 전, 난 배우 하정우의 신간 '걷는 사람, 하정우'를 완독하면서 그가 얼마나 자기 관리가 철저한지 알게 되었다. '끼만 있으면 될 것 같은' 배우에 대한 편견이 많이 깨졌다.
걷는 사람, 하정우이번에는 베테랑 배우 마이클 케인(Michael Caine)의 '명배우의 연기 수업'을 읽었다.
이제는 배우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길 지경이다.
배우들은 자존감이 높다. 주변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소신껏 행동을 취해야 한다.
실력에 비판을 받아도 그것을 배우려는 겸손한 태도도 유지해야 한다.
"세상에는 두 분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 부류는 남들에게 어떠한 평가를 받더라도 흔들림 없이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성취하려고 매일 끈질기게 매달리고 무엇이든 견뎌내서 결국에는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사람들입니다. 다른 부류는 아무리 대단한 인정을 받고, 장식장 위에 상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을지라도 자신의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p. 15)"
또한,
단순 연기 기교만을 익혀야할 뿐만 아니라 많은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마이클 케인은 그러기 위해서 독서를 많이 했다.
"따로 뭘 배우려고 과외 수업을 받거나 교육용 비디오를 본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책은 참 열심히 읽었습니다. 학창 시절에 본 책들을 통해 저는 다른 사람들의 삶이 어떤 것인지 맛볼 수 있었습니다. 책 속의 인생은 저와는 참 달랐습니다. 결국은 제 인생을 한번 바꿔보자고 마음먹기에 이른 것이죠. 저는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탐구'한 것이 아니라 '작심'한 것입니다. (p. 20)
스스로에 대한 믿음,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꾸준히 걷는 것.
"저는 경쟁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스타가 된다거나 연기를 한단든 것은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저는 배우들에게 그런 태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자멸로 가는 길입니다. 경쟁적인 사람은 승자의 입장에 서 있지 못하면 매우 괴로울 것입니다. 저는 연기란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완전히 초월해 있습니다. 저는 저이고 제가 필요하면 필요한 것이지요. 그렇지 않다면 제게 적합하지 않은 것이고요. (p.223)"
마이클 케인수십년 배우 생활을 한 마이클 케인의 경험으로부터 나온 책!
꼭 배우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꼭 읽어봐야하는 책이다. 그의 솔직한 생각과 철학을 보면 스타는 아무나 될 수 없으며 스타가 되는 지름길은 없다는 점도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왜 그가 스타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도 알 수 있다.
뭐 어쨌거나, 연극도 여전히 매우 좋아한다.
단, 영화에 대한 시선이 바꼈을 뿐이다. 그리고 앞으로 공부할 것이 많아졌고 이건 정말 신나는 일이다!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