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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arti 아띠 Aug 02. 2019

[영화] 리틀 포레스트

채식주의자 임순례 감독

단순히 귀농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영화인줄 알았다. 

영화 '아가씨'로 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 김태리를 보기 위한 영화로 여겼었다.


하지만 오히려 시골 풍경도, 김태리의 미모도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혜원(김태리)와 혜원 엄마(문소리) 각자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그 내용만이 마음에 새겨졌다.

요리라는 도구로 엄마를 기억하고 이해하며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보는 혜원,

그 주변 등장인물이나 시골이라는 배경은 그저 부수적인 요소에 불과하다.



요리를 통해 혜원은 어렸을 적을 회상한다. (회상하는 장면이 자주 나와 일본 영화 같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가라시 다이스케라 라는 작가의 일본 만화가 원작이란다) 


혜원 엄마는 남편 없이 홀로 시골에서 혜원이를 돌본다. 그리고 혜원이가 20살이 되는 순간, 엄마는 갑작스레 떠나버린다. 자신의 길을 찾아가겠다며 말이다.

어렸을 적 혜원, 혜원 엄마


당시 혜원이는 이해도 못하고 원망도 했다. 당연하다. 사람도 적은 시골에서 홀로 자식을 키우는 중장년 여성의 마음을 20살짜리가 어떻게 이해할까? 


하지만 혜원이는 취업과 연애가 잘 안풀리자 그 시골에 돌아와서 사계절을 보내며 여러 제철 음식을 한다.

농사를 지으며 나온 재료로 양배추 된장국, 막걸리, 감자빵, 콩국수 등을 요리한다. 

우리나라 음식뿐만 아니라 일본의 양배추전이라고 할 수 있는 오꼬노미야끼, 프랑스 디저트 크렘 브륄레, 꽃 파스타, 샌드위치도 나온다. 

취나물과 사과꽃을 넣은 파스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와 화해한다. 

'그동안 엄마에게는 자연과 요리, 그리고 나에 대한 사랑이 그만의 작은 숲이었다.
나도 나만의 숲을 찾아야겠다.'


1년 후, 혜원은 잠시 상경했다가 다시 시골집으로 내려온다.

문이 살짝 열려있고 사람 온기가 느껴지는 시골집! 혜원 엄마가 돌아왔다는 암시가 드러난다.

성장한 혜원과 혜원 엄마의 만남 이후에는 어떨까?ㅎㅎ 각자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며 말이다.

생각만해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


참 행복한 엔딩이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나 또한 우리 엄마의 삶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혼하자마자 직장을 그만두고 아빠 유학길을 따라 낯선 프랑스로 떠나고 자식을 낳아 교육에 올인했다. 우리 엄마도 잠시 시간을 내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을텐데 말이다.


이 영화가 이렇게 여운이 남을 줄 몰랐다. 

시골, 요리, 성장, 엄마와 관계.

여러 가지 요소들이 100여분짜리 영화에 집약되어있으니, 다시 또 봐도 다르게 해석되어 감흥이 새로울 것 같다.



참, 요리 장면에서 고기가 나올까봐 조마조마했다. 고기요리를 미화시켰다면 조금 찝찝했었을 것 같다. 다행히 육류 요리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순례 감독은 일부 해산물만 먹는 채식주의자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래서 <리틀 포레스트> 보고나서 오히려 이 영화가 더 좋아졌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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