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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arti 아띠 Sep 01. 2019

친구

나의 흑역사를 아는 친구.

그런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우린 20대를 같이 보냈다. 수험생활도 보내고, 다사다난했던 대학생활을 함께 지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 있으면 나보다 더 분노하고, 괴로워서 잠을 못자면 해 뜰때까지 밤새 같이 울어주던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20대 후반이 되면서 우리는 멀어져갔다. 마치 가족같이, 서로에 대한 지나친 걱정과 관심이 되려 상처가 되었던 것이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우정에 금이 가는 것을 느꼈고, 나는 그걸 그냥 인정했다. 모든 것이 유한하지 않던가? 친구란 존재도 마찬가지로 그저 계절성이며 변하지 않는 애인과 달리 친구란 내 상황에 따라 바껴야 마땅하다고 여기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안부 연락이 오면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아주 먼 옛날(?), 수험생활을 같이 보내던 강남역 근처 카페에서 그를 기다렸다. 두려웠다. 다시 상처를 줄까봐, 그리고 어색한 공기가 흐를까봐.


하지만 난 멀리서 카페에 들어온 그를 보자마자 난 안겼다. 그도 나를 안았다. 우린 그렇게 친했었다. 2년 간 연락도 안하던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 너무 반가웠다. 어색할까봐 걱정했던 나의 마음이 무색해질만큼 말이다.


우린 몇시간이고 수다 떨었다. 예전 얘기도 많이 나눴다. 어리숙하면서 펄펄 끓어올랐던 우리의 20대가 뭐 그렇게 우스운지, 웃고 또 웃었다. 또, 많이 변한 내 자신을 보고 예전에 나와 다르다고 나를 부정적으로 볼 까봐 두려웠지만 오히려 그는 나를 축하해줬다. 변하고 성장하는 내 모습조차 받아주는 친구였던 것이고, 난 2년 간 그를 너무 내 상상 속에서 과소평가했던 것이다. 그는 그렇게 옹졸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의 흑역사도 너무나도 잘 알고, 현 모습도 받아주는 친구. 

다시 친구라는 존재가 내 삶 속에 피어올랐다.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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