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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arti 아띠 Nov 08. 2019

[책] 의식의 강

올리버 색스의 유고작

올리버 색스(Oliver Sacks)의 ‘의식의 강’에서 색스는 철학, 인문학, 그리고 과학을 넘나든다. 예를 들면, 기억상실증 사람을 ‘하나의 순간에 고립되어있다’ 라는 다소 철학적이면서 과학적인 표현을 쓴다. 



'의식의 강'은 유고작으로, 색스가 작성한 10개의 에세이를 모아놓은 책이다. 

그중에서 나는 ‘오류를 범하기 쉬한 기억’ 에세이가 인상깊었다. 올리버 색스는 사람의 기억에 관한 새로운 통찰을 던져줬다. 표절과 잠재기억이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중에 잠재기억은 누구나 경험한바가 있을 것이다. 잠재의식은 ‘타인이 말해준 아이디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자기가 생각해낸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 심리 현상’이라고 한다. 그 유명한 헬렌 켈러도 이러한 심리 현상 때문에 자신이 쓴 책이 표절 혐의로 심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귀와 눈이 멀어 아마 책 한 권을 습득하는 데 완전한 정독을 했을 것이다. 손바닥에 글씨를 적히면서 ‘몸으로’ 책의 내용을 숙지하다보니 자연스레 나중에는 그 내용이 자신의 것인지 남의 것인지 헷갈릴 법할 것이다.


©Vladimir Polishchuk


난 어렸을 적, 어린이를 위한 시집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몇몇 시들이 마음에 들어, 마치 내가 쓴 시인 마냥 A4용지에 시를 적고 형형색색의 싸인펜으로 배경을 꾸몄다. 자연에 대한 시면 나무와 풀을 그리고 가족에 대한 시 경우 부모님을 그리며 정성스럽게 시집을 만들었었다. 당시 아버지한테 양심에 찔리지만 내가 쓴 시라고 말했었다. 아버지는 칭찬을 했고, 나는 어깨가 으쓱했다. 처음에는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조마조마했지만, 자꾸 그 시집을 읽다보니 나중에는 내가 작성한 시라고 헷갈리기도 했다. 색스는 어떤 스토리나 기억이 구성되고 생생한 그림과 강력한 감정이 동반되면 뇌신경학적으로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즉 어떤 기억을 상기할 때, 그것이 실제 경험이든 아니든 뇌에서 활성화 패턴이 똑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래서 분명 같은 사건을 경험했는데도 나와 친구가 떠오르는 사건의 내용이 그토록 다르고 주관적이었나 보다.


참 위로가 된다. 내 욕심에 부모님한테 거짓말했던 부끄러운 과거로 굳이 자책할 필요 없었다.


올리버 색스는 그 외 듣기, 의식, 지각, 시간, 등을 다뤘다. 저자가 의사인 만큼 인간을 중심으로 다뤘는데 이를 일상의 모습으로 확장해서 조금 더 다른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타인을 향한 연민, 나와 세상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줬다. 과학책이라고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인문학 책인지 철학 책인지 헷갈린다. 색스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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