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 스트립의 또 놀라운 연기...
역시 내 롤모델 메릴 스트립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나는 마가릿 대처(Margaret Thatcher)라는 인물을 어렸을 때 영어학원에서 알게 되었다. 영국의 최초 여성 총리였으며, 완고하고 소신있는 그의 추진력에 영국 사람들의 반발이 심했음에도 영국 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그의 별명, 마치 철처럼 차갑고 딱딱한 그의 성격을 비춘 별명 '철의 여인(Iron Lady)'를 제목으로 하는 영화를 보게되었다. 마가릿 대처라는 인물에 크게 관심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저 나는 배우 메릴 스트립 팬심으로 봤던 것이다.
'배우의 연기를 본다'는 것은 바로 이거일까. 메릴 스트립은 그 어떤 배우로도 대체할 수 없고 상상할 수 없는 연기를 펼친다. 왜냐하면 스트립은 그 인물을 연기(act)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이 되기(become) 때문이다. 스트립은 대처 그 자체인데, 어떻게 다른 사람이 대처가 될 수 있을까? 뛰어난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것과 그 인물이 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대처는 남자들로 가득찬 1970년대 영국 정치계에 발을 들일 뿐만 아니라 유리천장을 뚫고 총리까지 되었다.
결혼하면서 남편 데니스 대처에게 본인이 이러한 일을 할 것이라며 자녀들에게 충분한 희생을 못할 것이라고 미리 얘기한다. 다행히, 데니스는 이해하고 지지해준다.
그럼에도, 마가릿 대처는 자녀들에게 시간을 충분히 쏟지 못한 것에 계속 마음에 걸린다. 전형적인 '일하는 어머니' 모습이다. 30-40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밖에 돌아다니는' 일에 전념하면 집안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것은 남녀를 떠나서 당연한 것이다. 이를 누가(아버지 혹은 어머니) 감수할 것인가가 더 문제인 것 같다. 또 그에 준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이 되면 일터에서도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지만, 이는 쉬운 것 같지 않다. 어쨌든, 가족을 책임지려면 물리적인 시간을 쏟아야 한다.
마가릿 대처는 혼자서 꿋꿋히 이겨내는 강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남편의 지지 없이는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4년 째 함께 있어준 내 짝꿍을 떠올려봤다. 각자 꿈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하루하루 고군분투 중이다. 서로가 없이는 아마 현재 이 자리까지 버티지 못했었을 것이다. 오래 만나서 가끔 망각하지만, 서로가 있기에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 :)
마가릿 대처는 보수당 출신으로 겉으로 보기엔 노동자들의 삶을 더 힘들게 하는 정책을 과감하게 밀었다. 긴축정책을 펼쳤으며 포클랜드 전쟁에서도 올바른 전략을 펼쳤다. 11년의 장기 재임하다가 1990년에 총리 자리를 떠났다. 한 가정의 어머니/아내로서, 한 국가의 총리로서 분명히 편견 가득찬 시선을 온통 받았을 텐데 그것에 대한 깊은 고뇌와 고민이 많이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저 대처의 완고함과 소신이 보였을 뿐이었다.
"대중에게 휩쓸리지 말고, 너의 길을 가라"
대처는 아버지의 말을 마음속에 품고 자신의 길을 걸었다. 위대한 사람들의 삶은 외로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믿음이 중요하다. 자신의 앞길이 탄탄대로며 '노력만 하면 이룰 수 있는' 예측가능한 경로는 아니기 때문에 내가 걷는 그 길이 맞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이는 더 좋은 길로 향하는 하나의 단서일 뿐이라는 믿음과 확신도 있어야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마가릿 대처라는 인물을 통해 내가 걷는 길이 잘 안보일지라도,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외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있었다고 생각한다.